메뉴 건너뛰기

Gyool's Universe

Critique

'5만원권 발행'의 경제적 파급과 평가

Gyool 2009.01.14 18:02 조회 수 : 7501





  오늘(2008. 1. 14) 주요 인터넷 포털과 TV는 일제히 '다음달 5만원권 유통시작'이라는 뉴스를 크게 보도했다. 고액권 발행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 하더라도 2006년부터 대대적인 이슈화가 되었고, 매년 잊을만하면 각종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오랜 숙원사업처럼 여겨져 온 고액권 발행은, 5만원권과 10만원권에 대해서 계획이 세워졌으나 2008년 12월 중순에 10만원권 발행계획이 여러 추측[footnote]여러가지 루머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루머는 정치적인 것으로, 10만원권에 초상으로 들어가기로 정해진 '김구'를 현 정부가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발행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08년 후반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역사교과서 문제와 맞닿아 있다.[/footnote]을 낳으며 무기한 보류됨에 따라 이번에 발행되는 것은 '신사임당'이 들어간 5만원권이다. 그렇다면, 이 5만원권 발행에 대해 일반인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고액권 발행에 대한 경제학적 평가는 양극으로 갈린다.


<장점>

1. 수표 발행 비용이 절감 된다.

  수표발행 비용감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수표발행이 줄어들고 중앙은행권의 발행이 늘어나게 되면 중앙은행의 수입이 증가하고, 시중은행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시중은행이 수표를 발행할 경우, 그것은 예금처럼 인식이 되어서 수표 액면가의 일정 %(법정 지급준비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은행이 대출용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수표발행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은행은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시중은행은 자기앞수표의 발행/취급/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2. 고액권 화폐의 등장으로 동일 통화량대비 화폐의 수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써 화폐관리에 대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즉, 화폐의 발행/운송/관리 비용이 절감되고, 국민들도 사용하는데 있어서 더 적은 화폐수량을 가지고 동일한 액수의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된다.

3. 고액 사용시 편의가 증대된다.

  수표사용시 개인정보가 누출될 위험이 있으나, 고액권 사용으로 그러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단점>

1.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조장 위험이 있다.

  고액권의 등장은 사용자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킴으로써, 사용자가 고액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상황과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과소소비 혹은 과대소비를 발생시켜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므로, 궁극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footnote]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적 기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Stagnation(스태그네이션, 경기불황) + Inflation(인플레이션, 물가상승)의 합성어이다.[/footnot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 어둠의 자금양성이 가속화된다.

  고액권 발행의 주 된 문제점이다. 고액권 화폐는 현금이다. 현금의 가장 큰 단점은 자금의 경로 파악이 어렵고, 돈세탁이 용이 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비자금의 규모가 막대해지고, 어둠의 자금 구축이 용이해지면서 탈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3. 보이지 않는 관리 비용이 증대한다.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고액권의 위조가 발생하면 피해가 몇 배로 커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시 비용이 증가하며, 또한 시행 초기에 전국적인 화폐/회계단위 수정에 따른 비용[footnote]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ATM, CD기와 자판기의 신권인식기능 추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들 수 있겠다.[/footnote]이 발생한다.


  이처럼 고액권 발행은 장점도 갖고 있는 만큼 문제점도 만만치 않게 갖고 있다. 그렇기에 '고액권 발행'의 적절성 여부는 얼마나 시기적으로 올바른 선택인가를 평가하는 것에서 판가름이 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고액권 발행을 평가하자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첫째로, 현재의 국가경제의 상황을 보았을 때, 물가가 이미 작년에 고속상승하여 스테그플레이션에 진입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액권을 발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키고 궁극적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엮인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현재의 경제상황은 조세기반의 확충과 투명화를 통하여 규모를 확대시키고, 재정정책의 확대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경제적인 자금이동 경로의 투명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고액권(현금) 발행은 지하자금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탈세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전 국가적인 경제적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고액권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흡수할만큼 경제상황이 건전하고, 신권발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클 때 시행해야할 고액권 발행을, 시기적으로 스테그플레이션 진입시기이고 경제적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시행한다는 것은 큰 문제를 떠안고 잇는 것이다. 여러 글에서 밝히고 있지만, 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면 경제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기업이 자유도를 얻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의 침체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세계경제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내 경제와 관련하여 정책을 시행하고 결정할 때마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2009. 1. 14.
GyoolGoon

- 이하 각주 -

번호 제목 날짜
84 오염, 위치, 성스러움에 대한 단상 file 2024.01.01
83 [공지] 홈페이지 서버 및 도메인 이전 완료 안내 (gyool.net → gyool.kr) file 2023.09.03
82 요즘 세상 돈 이야기 (4) _ 물가는 오른다는데 아파트는 왜 떨어지나? file 2022.11.04
81 요즘 세상 돈 이야기 (3) _ 킹달러 file 2022.11.04
80 요즘 세상 돈 이야기 (2) _ 물가는 갑자기 왜 오르고, 금리는 왜 올리는가? file 2022.11.04
79 요즘 세상 돈 이야기 (1) _ 옛날(?) 양적완화 이야기 file 2022.11.04
78 그 날이 오면 :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file 2021.03.08
77 무학의 통찰인척 하는 그냥 잡설 : 생각과 닫힌계 2020.12.11
76 수신 폭증이라는 기사들에 대해 2020.07.28
75 정의로 가는 길 : 시국에 부쳐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9년 겨울호 2019.12.09
74 김현종 국가안보 2차장이 미국에 중재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 2019.08.12
73 시대의 상식, 정리하고 갑시다 2019.07.23
72 공감능력은 지능순 :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2019.04.17
71 내가 남북미 대화의 행간을 읽는 법 file 2018.06.15
70 지방선거 간단 감상 2018.06.14
69 6.12 북미합의 환영, 짧은 소감 2018.06.12
68 갑을유감 : 스마트폰 AS센터에서 겪은 일 2018.05.10
67 예술, 자본주의, 나에 대한 잡스러운 생각 2018.04.29
66 대통령 헌법 개정안(中 총강 및 기본권)에 대한 개인적 평가 2018.03.20
65 2018년 최저임금 타결을 환영하며 2017.07.16
64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구속기각? 기소? 구형? 양형? 2017.04.18
63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압도적인 탄핵소추안 가결 ! 이제는 헌법재판소다 ! 2016.12.09
62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탄핵정국, 어디로 갈 것인가 ② : 가결 시나리오 2016.12.06
61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탄핵정국, 어디로 갈 것인가 ① : 부결 시나리오 2016.12.05
60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2일 탄핵안 상정 불발, 무슨 의미인가 2016.12.01
59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박근혜 3차 담화, 하야선언인가 아닌가? 2016.11.29
58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친박 중진들의 하야 권고, 어떤 의도인가 2016.11.29
57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의 사의는 어떤 의미인가 2016.11.29
56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시국상식 용어사전 2016.11.23
55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세월호 7시간, 왜 중요한가 2016.11.21
54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별도 특검 합의 = 촛불의 장기전 돌입 2016.11.14
53 우리는 이 깊은 오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16.09.09
52 장애인을 ‘평범’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6년 가을호 2016.09.04
51 말과 글은, 생각나는대로 내밷는 것보다 2016.07.08
50 한때는 패션, 한때는 외모, 한때는 돈, 한때는 지식, 한때는 어떤 사람. 2016.07.01
49 AlphaGo의 승리와 인간의 우려 2016.03.10
48 역병은 대증요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6년 봄호 2016.02.21
47 TV 뉴스에 당신의 돈이 지불되고 있다.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5년 겨울호 2015.11.01
46 소통, 다양성, 그리고 장애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5년 가을호 2015.09.04
45 개혁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지 '빼앗는 것'이 아니다. 2015.08.27
44 남북 공동 보도문에 대한 논평 : 준전시상태 그리고 524조치 2015.08.24
43 고도화된 자본주의 속 인간의 자화상, 그리고 공동체 - 멘사코리아(Mensa Korea) 회지, 2015.06.01. file 2015.06.01
42 다수의 폭력적 오해와 몰이해, 차별! 2015.05.28
41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하는 순간 자유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된다 2015.05.11
40 여행 같은 인생, 그리고 '우리의' 장애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웹진 <통> 49호 2015.04.10
39 장애사회인 다섯명의 직장생활의 이야기 _삶과 노동 2014년 가을호, pp.10-14 file 2014.10.30
38 성형괴물 같은 우리의 '가상외모', 싫어요(Hate it) _100Tong 2014 가을호, pp.4-5 file 2014.10.12
37 장애인 고용에 관한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_삶과 노동 2014년 여름호, pp.10-15 file 2014.07.20
36 우리 함께 '불편함'을 이야기하자 _100Tong 2014 여름호, pp. 4-9 file 2014.07.13
35 공동체 : 빼앗긴 내 인격을 되찾는 길 file 2014.03.31
34 숙제같은 공동체, 목적으로서의 공동체 _100Tong 2014 봄호, pp. 16-19 file 2014.03.20
33 "진짜 가치를 쫓아 사는 삶", 한국장애인재단 계간지 <틈> (2013~2014겨울호, 6호) pp. 58-61 file 2014.01.15
32 공동체 붕괴 → 브랜드+프렌차이즈 전성기 → 빈부격차의 확대 ? 2013.12.02
31 불확실성의 시대, 해답은 힐링이 아니라 비전이다 _삶과 노동 2013년 겨울호, pp.6-8 file 2013.11.01
30 이 가을, 안부를 권합니다 _100Tong 2013 가을호, pp.4-7 file 2013.10.13
29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에는 사랑을 2013.09.25
28 소비주의가 심어준 환상과 우리의 꿈 2013.09.21
27 결혼에 대한 단상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시리즈] [3] file 2013.07.04
26 외로움에 대한 단상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시리즈] file 2013.07.04
25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file 2013.06.23
24 다원주의-상대주의의 맹점과 기독교 file 2012.09.19
23 민주주의 국가의 유권자가 될 것인가? 양심적 자유를 파는 상품의 소비자가 될 것인가? file 2012.09.19
22 최근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무학의 통찰(이라고 쓰고 잡생각이라고 읽는다) [1] file 2012.09.19
21 [경제/정치] 한순간에 13조 빚쟁이가 되어버린 국립대 (서울중앙지법의 기성회비 무효 판결에 대해) file 2012.01.28
20 말장난으로 왜곡된 무상급식 논의 file 2011.08.22
19 내성이 생긴 것인가, 역치가 높아진 것인가? 2009.12.14
18 ▦ 기어코 찾아올 내일, 그리고 또 내일. file 2009.05.29
17 ▶◀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file 2009.05.24
16 일은포(日銀砲)사건과 강만수의 환율개입 [9] [2] file 2009.01.26
15 이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라디오 연설. (용산참사에 대해서) [1] file 2009.01.24
14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 [1] [1] file 2009.01.22
13 사임한 어청수 경찰청장 후임 김석기 프로필 [1] file 2009.01.19
12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 다양성을 해치는 사회 [1] file 2009.01.16
11 국회폭력방지법? 법은 가훈(家訓)이 아니다. [2] file 2009.01.15
10 이 정부는 왜 이렇게 '부동산'에 목을 매는가 (부동산활성화 올바른 길인가) [3] file 2009.01.15
» '5만원권 발행'의 경제적 파급과 평가 [4] [6] file 2009.01.14
8 진보와 보수, 야당의 국회 점거사태를 돌아보며 [1] file 2009.01.12
7 2009년 초, 현 경제상황에 대한 고찰 및 나아가야 할 방향 - 부제 : 리만브라더스의 실패 [6] [3] file 2009.01.08
6 경제적 파라다이스? 2008.10.02
5 개인주의, 자유, 경쟁이 선(善)이 되는 사회 2008.10.02
4 자유 vs 평등, 그리고 경제적 효용극대화. 2008.09.18
3 '희소성의 원리'의 아둔함. [2] 2008.09.10
2 광우병시위대와 정부의 대처 [1] file 2008.06.02
1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Relationship file 2007.04.2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