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08. 1. 14) 주요 인터넷 포털과 TV는 일제히 '다음달 5만원권 유통시작'이라는 뉴스를 크게 보도했다. 고액권 발행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 하더라도 2006년부터 대대적인 이슈화가 되었고, 매년 잊을만하면 각종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오랜 숙원사업처럼 여겨져 온 고액권 발행은, 5만원권과 10만원권에 대해서 계획이 세워졌으나 2008년 12월 중순에 10만원권 발행계획이 여러 추측[footnote]여러가지 루머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루머는 정치적인 것으로, 10만원권에 초상으로 들어가기로 정해진 '김구'를 현 정부가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발행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08년 후반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역사교과서 문제와 맞닿아 있다.[/footnote]을 낳으며 무기한 보류됨에 따라 이번에 발행되는 것은 '신사임당'이 들어간 5만원권이다. 그렇다면, 이 5만원권 발행에 대해 일반인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고액권 발행에 대한 경제학적 평가는 양극으로 갈린다.
<장점>
1. 수표 발행 비용이 절감 된다.
수표발행 비용감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수표발행이 줄어들고 중앙은행권의 발행이 늘어나게 되면 중앙은행의 수입이 증가하고, 시중은행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시중은행이 수표를 발행할 경우, 그것은 예금처럼 인식이 되어서 수표 액면가의 일정 %(법정 지급준비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은행이 대출용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수표발행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은행은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시중은행은 자기앞수표의 발행/취급/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2. 고액권 화폐의 등장으로 동일 통화량대비 화폐의 수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써 화폐관리에 대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즉, 화폐의 발행/운송/관리 비용이 절감되고, 국민들도 사용하는데 있어서 더 적은 화폐수량을 가지고 동일한 액수의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된다.
3. 고액 사용시 편의가 증대된다.
수표사용시 개인정보가 누출될 위험이 있으나, 고액권 사용으로 그러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단점>
1.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조장 위험이 있다.
고액권의 등장은 사용자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킴으로써, 사용자가 고액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상황과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과소소비 혹은 과대소비를 발생시켜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므로, 궁극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footnote]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적 기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Stagnation(스태그네이션, 경기불황) + Inflation(인플레이션, 물가상승)의 합성어이다.[/footnote]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 어둠의 자금양성이 가속화된다.
고액권 발행의 주 된 문제점이다. 고액권 화폐는 현금이다. 현금의 가장 큰 단점은 자금의 경로 파악이 어렵고, 돈세탁이 용이 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비자금의 규모가 막대해지고, 어둠의 자금 구축이 용이해지면서 탈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3. 보이지 않는 관리 비용이 증대한다.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고액권의 위조가 발생하면 피해가 몇 배로 커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시 비용이 증가하며, 또한 시행 초기에 전국적인 화폐/회계단위 수정에 따른 비용[footnote]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ATM, CD기와 자판기의 신권인식기능 추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들 수 있겠다.[/footnote]이 발생한다.
이처럼 고액권 발행은 장점도 갖고 있는 만큼 문제점도 만만치 않게 갖고 있다. 그렇기에 '고액권 발행'의 적절성 여부는 얼마나 시기적으로 올바른 선택인가를 평가하는 것에서 판가름이 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고액권 발행을 평가하자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첫째로, 현재의 국가경제의 상황을 보았을 때, 물가가 이미 작년에 고속상승하여 스테그플레이션에 진입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액권을 발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키고 궁극적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엮인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현재의 경제상황은 조세기반의 확충과 투명화를 통하여 규모를 확대시키고, 재정정책의 확대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경제적인 자금이동 경로의 투명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고액권(현금) 발행은 지하자금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탈세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전 국가적인 경제적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고액권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흡수할만큼 경제상황이 건전하고, 신권발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클 때 시행해야할 고액권 발행을, 시기적으로 스테그플레이션 진입시기이고 경제적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시행한다는 것은 큰 문제를 떠안고 잇는 것이다. 여러 글에서 밝히고 있지만, 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면 경제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기업이 자유도를 얻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의 침체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세계경제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내 경제와 관련하여 정책을 시행하고 결정할 때마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2009. 1. 14.
GyoolGoon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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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009.01.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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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
2009.01.14 22:00
아 리플말고 트랙백을 달아도 되는군요 :)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저도 맞트랙백 달아두겠습니다 ㅋ_ㅋ -
ACT
2009.01.14 22:36
글을 읽어보니 지금시기에 고액권 발행은 부적절하다는 평가이신듯..
저는 오히려 물가가 상승된 시점에서 고액화폐의 특성상 지출과 수입이 더 원활하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이론과 현실은 다르니까 어떨지^^ -
gyool
2009.01.15 00:27
먼저 소신있는 리플 감사드립니다.
답변을 해드리죠^^
'인플레'는 고액권 화폐 발행에 뒤따르는 어느정도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음.. 뭐랄까요 이건 이론이라기보다 경험론에 가깝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되어왔다는 것이지요. 수차례 역사적 경험을 거친후에 이론으로 구축된 것입니다.
ACT님께서 말씀하신 바도 일면 일리가 있습니다만, 5만원이라는 돈이 현 경제상황에서 아주 작은 돈은 아닙니다. 5만원이면 상당히 많은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지요. 여기에서 인플레가 발생하는 요인이 있습니다. 만약 5만원으로 티셔츠 한장 사기 어렵다라면, 5만원권 발행이 인플레와 연관있다는 말은 하기 어려울겁니다. 그런면에서 현 상황에서 고액권 발향으로 인한 인플레는 필연적이라고 보는게 옳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어떠하냐에 달린것이지요. 정부도 이번 5만원권 발행을 발표하면서 '인플레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라고 첨언했더군요. 인플레가 얼마되지 않을것이라은 지금상황에서 '확신'할만한 근거가 있거나 추가 정책지원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고 예상이 빗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인플레가 일어난다면 안그래도 고 인플레 상황+고 환율상황인데... 얼마나 경제가 나빠질지 끔찍합니다.
인플레가 모두 나쁜것만은 아닙니다. 적절한시기에 하면 경제에 약이 되기도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좀 부적절 하다는 것이지요.
저도 고액권 화폐 발행에 대해서 궁극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보았을때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본문에는 적지 않았지만, 이러한 경제 상황중에도 고액권 화폐발행을 강행하는 이면에는 '부동산시장 거품붕괴'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플레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화폐가 아닌 다른 물품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생깁니다. 즉 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나 이명박 정부처럼 부동산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에 관해서 정책적 지원(종부세 개정등)을 하는 상황 하에서 인플레가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되면 부동산 가진 사람들이야 춤을 출 노릇이겠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보아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지요.
고액권 화폐 발행이 정말 필요한 일이고,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생각해봤을때 이미 했어야 한다는데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2-3년 전이 어떠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기를 놓쳤다라면, 어쨋든 지금은 아니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보아야 하는 것이고,
겪어보아서 ACT님의 말씀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제 주장의 가능성이 있다라면.. 현 경제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요 :)
저는 유머러스한 분석^^트랙백 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