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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Critique

  2004년, 이라크전쟁 등의 국제 정세 속에서 엔고(¥高)가 예상되자, 국제 헤지펀드(HedgeFund)각주1) 투자가들이 환투기를 목적으로 적극적인 엔 매수에 나서게 된다. 이에 일본 금융당국은 막대한 자금의 엔을 풀어 수많은 헤지펀드들을 격침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일본은행포(일명 일은포) 사건'이다. 일은포 사건은 장장 35일에 걸친 국제적 금융전쟁이었는데, 일본 금융당국이 푼 엔화의 규모가 약 1분동안 10억엔, 약 1일간 1조엔, 총 35일을 통틀어 30조엔에 이른다고하니 그 규모가 어떠한지 알만하다. (이 당시 일본의 총 외환보유고는 100조엔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엔화의 차익을 노려 전력투구한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도산하게 된다. 일본 금융당국의 승리였다. 이에 관련한 자료는 위키피디아 재팬, 혹은 일본 금융당국 홈페이지(헤이세이 15년말~16년초 자료)에 담겨있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 초중반 강만수의 환율개입을 두고 '한은포(韓銀砲)'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그만큼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일본의 성공적인 환율개입에 비해 강만수의 환율개입은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있다. 일은포 사건에 비견되는 한은포의 내면에 대해서 깊숙히 알아보자.


  일단, 일본의 2004년 환율 개입은 해지펀드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국가적 방어였다. 즉, '전쟁'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강만수의 환율개입은 외부의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의 수출을 뒷받침 해주려는 목적으로 환율을 올려준 정책이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헤지펀드들은 약간의 차익이라도 생길 기미가 보이면 쳐들어올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기에 환율당국은 그러한 공격에 언제든지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강만수의 경우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시도함으로써 환투기의 먹잇감을 자처한 것이다.



▲ 원-달러 최근 1년간 동향

▲ 원-달러 최근 2년간 동향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은 2008년 2월의 일이다. (이 글에 적힌 모든 그래프를 2008년 2-3월 시점을 중심으로 좌우 비교해보면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강만수 장관이 환율정책에 적극 개입을 시작한 것은 3-4월의 일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전에는 안정적이던 환율이 강만수의 개입과 맞물려 급상승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입 시작 이후 1-2달 만에 무려 15%의 인위적인 상승을 이끌어 낸 것이다. 15%라는 막대한 환율 상승을 일으키는 동안 환투기 세력들이 얼마나 이익을 보았을지 생각만해도 까마득하다. 게다가 강만수 장관은 환율개입을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항상 뉴스로 브리핑까지 해줬으니, 환투기 세력들이 코안대고 코푼격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환율 상승을 조장할 때가 한창 유가 상승 중이었다는 데에 있다.

  ▲ 두바이유 가격 최근 2년간 동향


  얼마 전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원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미국내 거대 자금이 갈 곳을 잃자, 국제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생긴 일이다. 즉 '투기'였던 것이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유가가 급속하게 가라 앉는 것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그 투기가 모든 국가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다. 미달러(USD)의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풀려나오자 달러는 약세를 면하지 못했는데, 석유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는 관례상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유가와 달러약세의 결합으로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강만수 장관의 통찰력 결여된 정책으로 인해 고유가의 부담을 곱배기로 떠안아야 했다. 환율이 더 내려가야할 시기에 환율을 올렸으니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 2005년 9월 ~ 2008년 8월, 한국 외환보유액 


  위 그래프는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이다. 역시 꾸준히 늘어나던 외환 보유액이 강만수 장관의 환율개입 이후 급속한 감소추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 환율에 대해 언급한 필자의 말이 모두 사실일까? 다른나라 대(對) 미달러(USD) 환율들을 살펴보자.




▲ 스위스/싱가포르/엔의 최근 2년간 대(對) 미달러(USD) 환율 동향



  위의 그래프들은 주요국의 최근 2년간 환율 동향이다. 보면 알 수 있듯이, 2008년 초중반은 대개 대폭적인 환율감소 이후 답보(유지) 혹은 소폭상승이다. 또한 그 변동 비율을 보면 상당히 낮은 폭임을 알 수 있다. (그래프 상으로는 출렁이는 듯 해보이지만, 그 비율을 확인해보면 소폭상승이라도 사실상 답보에 가깝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까 제시한 유가 그래프와 이것들을 비교해서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2008년 7월 이후 유가는 급속도로 빠지고, 미 달러 환율은 상승(달러강세)하기 시작했다. 미국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정책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가 상승 이전의(달러 약세 이전의) 환율 수준으로 회귀하는 정도의 모습을 보이면서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안그래도 올라있는 환율에 기름을 부은 격의 막대한 손해를 겪고 있다.

▲ 최근 2년 코스피(KOSPI, 한국 종합주가지수) 동향

▲ 최근 7년 코스피(KOSPI, 한국 종합주가지수) 동향

  마지막으로 위 KOSPI 지수를 보자.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옹호해도,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노무현의 정책은 최근 4년간 주가지수의 완만한 상승세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명박이 정권을 잡은 후 1년, 주가는 어떻게 되었는가? 당신의 눈으로 확인하라.
  완벽한 정책적 실패, 패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서 '대기업 수출지원'이라는 '이명박-강만수'만의 꿈도 무너졌다. 사방의 적에게 한방씩 다 먹은 꼴이다. 강만수는 이명박을 두고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CEO대통령을 두어 다행이다'라는 발언으로 발바닥 핥는 소리를 했고, 매번 정책적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이명박은 강만수를 두고 '잘 하고 있다.'라는 근거 없는 말들로 물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년이 지나 정책은 여러모로 '패배'의 판정을 받고 있고, 1.19 개각을 통해 경제팀이 새롭게 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경제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강만수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소신보다 대통령의 정치색에 맞추기 위해 '맞춤 코드식' 경제운용을 한다면, 이 경제의 앞날은 누구도 그 바닥을 장담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09. 1. 26.
GyoolGoon



- 이미지 캡쳐 : 본인
- 그래프 자료출처 : https://kiwoom.globalwatch.co.kr/ 
- 일은포에 대한 내용 중 일부는 Clien.net의 Amunezia님께 도움을 받은 내용입니다.




- 이하 각주 -

1) 헤지펀드 : 헤지펀드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위험, 고수익의 여러 투자처에 여기저기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노리는 투자방식, 혹은 투자기관을 의미한다.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고위험 금융분야에 투자했다가 이익이 생기면 바로 그 막대한 자금을 회수해 감으로써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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