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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잡앤스토리(Job&Story) 연재기사


[나의 좌충우돌 입사기 : 박재훈] The His-Story

Story #2. 초벌구이 : 벤처사업이야기와 공기업의 입사-회사생활 이야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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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잡앤스토리



 다른 사람들도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저는 더욱 특별히 ‘대학시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추후의 진로를 질적으로 판가름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한국인에게 대학시절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 기간’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이 되면 나라가 획일적으로 물어주는 가르침을 받아먹던 시절을 떠나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되고, 내가 잘못하는 것을 부모님이 대신 감당해주던 것을 떠나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같은 또래들과 같은 동네에서 항상 같은 것만을 배우고 듣던 상황을 벗어나서 다양한 지역, 성격, 역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끔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문화충격을 일으키는 새로운 사상과 생각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대학은 자율과 자발의 첫 관문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대학시절이 스무 살에 시작되기 때문에 성인으로서의 첫걸음이기도 한 까닭에 그러한 특성은 더 두드러지는 것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대학시절,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내는 것일까요? 보통, 서울대생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학식을 쌓는 것’을 가장 주된 목적으로 삼을 것 같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의 ‘대학시절 활용’은 조금 달랐습니다. 시간의 활용은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인데, 저는 그 우선순위를 세우는 기준으로 ‘질적 비전’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 '공부’없는 성공적인 대학생활

 지난 대화에서 이야기 나누었던 것처럼 저의 질적 비전은 ‘신본주의’와 ‘사람’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즉, 제가 믿고 있는 신을 더 제대로 알고, 깨달은 것들을 밑거름삼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죠. 그렇기에 대학에서 많은 공부를 하는 것보다 제가 믿는 신과 사람을 더 많이 경험하고 더 깊이 알아가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대학’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일까요? ‘서울대’라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제가 대학생이 아니었다면 참 만나기 힘들었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제가 대학생이 아니었다면 참 참여하기 어려웠을 다양한 모임과 외부 프로젝트들에 비교적 손쉽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학입학은 제 인생을 뒤바꾼 터닝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죠. 그렇게 저는 수많은 활동들로 대학생 시절을 수놓았습니다. 제 이력서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동아리 임원/회장 활동과 외부 자원봉사 활동, 각종 대기업 마케팅 프로젝트 활동들은 신과 사람을 더 알아가고자 했던 저의 자아가 실현되는 과정의 흔적들입니다. 저는 문서와 스코어가 남는 ‘공부’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매우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아주 높은 학점을 얻지는 못했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넓은 지평(시야)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저의 거친 인격을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대학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질적 비전에 적합한 사람으로 준비시킬 수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은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성공, 자기 가치관에 비추어 판단 가능한 ‘진짜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블루오션’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인데, 많은 사람들이 일생일대의 인생길을 결정하는 일에는 검증되지도 않은 ‘남들이 그 길을 많이 간다더라.’와 같은 카더라 통신에 맡기는 것이 현실이고, 또 그것이 ‘일반적인 합리’라니.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인 것이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미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이 ‘카더라 통신’이라는 점은 동일하며, 오히려 그것이 검증된 것이면 검증된 것일수록 그 ‘경쟁률’이 과도하게 치열할 것이란 점에서 그 판단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일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이 질적 비전에 부합하고,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면 경쟁이 치열해도 뛰어들만한 가치가 충분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과연 그 길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인지,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여전히 비전에 부합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용기가 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은 상태로 그저 남들이 가는 길에 몸을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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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한 적도 없었던 새로운 경험, 벤처사업

 이렇게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서울대생으로서의 시절을 (너무 즐거운 나머지) 아쉬움으로 마감한 저는 졸업 직후 예정대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저는 비전을 이루고자 달려가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가정에서는 장남이었고, 기존에도 많이 좋지 않았던 우리 가정의 경제상황은 제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더 악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저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고, 수개월을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절친한 친구가 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 제안이 바로 ‘벤처사업’이었습니다. 상상한 적도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 제 인생에 노크해온 것입니다. 저는 그 제안을 받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방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그 당시 상황을 유지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결론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었습니다. 그 벤처사업이 나의 질적 비전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주식회사 트램스’라는 회사를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그 사업이 저의 질적 비전에 부합하는 일이 되도록 저의 의견을 녹여냈습니다. 그 당시 우리의 아이템은 ‘포닝’이란 브랜드의 온라인 쿠폰서비스로서, 다양한 분야의 소매점주가 포닝 홈페이지를 통해 쿠폰을 꾸며서 발행하면 그 업체에 그 당시 가까이에 있는 스마트폰 소지자에게 즉시 쿠폰이 소개되는 서비스였고, 이런 식의 서비스는 세계최초였습니다.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서비스였던 것이죠. 하지만 저는 이 서비스의 주요 수혜층을 소상공인으로 초점 맞추고 완전 무료 서비스로 진행하여(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여), 이 아이템이 중소기업들이 무료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시장의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동업자 친구들은 제 의견을 흔쾌히 승낙해주었고, 저는 벤처사업을 제 질적 비전 성취의 한 과정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신본주의적 사고방식과 벤처사업이 하나의 비전 안에 담길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 점에 어느 정도 의심을 품었던 부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을 경험하면서 그러한 걱정을 쉽게 날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철학도 신학도 종교도 결국은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그 빛이 발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더구나 그러한 내용이 전달되어야 할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전혀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가까운 친구들은 저와 가치관을 함께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교류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저는 벤처사업을 하면서 ‘돈’과 ‘일’, 그리고 ‘세속적 성공’이 사람에게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을 쫓아 사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벤처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배울 수 있었을까요? 만약 이런 경험 없이 종교학이나 신학, 철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사람들을 위해 제 주장을 늘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점은 제가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잘 모른다.’라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란 점입니다.

 벤처의 경험은 하루하루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 땅 위에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황 속에서 무작정 집을 짓기 시작하는 것처럼ㅡ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하나의 기획서로 만들어내는 것도, 그 기획을 가지고 실제 개발팀을 꾸리고 우리가 기획했던 대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자잘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나 회사를 법적으로 설립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모든 과정은 시행착오들로 점철되었고, 그러한 과정 중에 실수와 실패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와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터득한 것은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다독여가며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컵라면과 드링크제로 밤새는 일은 보통이었고, 일상생활과 사업의 구분은 무의미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결과 우리는 여러 신문과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고, 우리나라 3대 일간지로 꼽히는 신문의 경제섹션 1면 전면을 우리 사진으로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나름 굵직한 규모의 펀딩과 M&A 제안도 수차례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구성원도 열명가량으로 늘어서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가족들도 많아졌습니다. 벤처업계 내에서도 어느 정도 그 실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아서 관련업계와 벤처캐피탈 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사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적을 정도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당장 큰 성공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즐거웠고 보람찼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같기도 하고 한 달 같기도 한 1년 8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어떻습니까? 벤처사업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비전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달려온 사람이 벤처사업을 즐겁게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여러분들에게는 저의 이 스토리가 어떤 메시지로 가슴에 남는가요?

저는 친구의 ‘벤처사업 제안’을 들었을 때 무조건 거부하거나 도망가기 보다는 먼저 이 상황이 내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원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마치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욕창과 폐혈증세로 오른쪽 다리 무릎아래를 절단해야 했던 일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상황조차도 저에게 어떤 기회가 될지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리절단과 재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에 그 경험들을 글로 정리하고 교회나 장애인 후배들에게 강연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험을 수차례 했었습니다. 그 일들이 주변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저를 성장시킨 것도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기회’는 내가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신변과 내가 속한 상황의 변화들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진짜 기회입니다. 하지만 제가 누누이 강조했던 ‘질적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려워 보이는 지금의 상황과 내 미래를 교차해서 고민하며, ‘진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바로 ‘질적 비전’의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그런데 계속 즐거운 일만 일어날 것 같던 벤처사업가로서의 저에게 또 다시 한 번 ‘원하지 않는 일’ 일어납니다. 바로 벤처사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게 된 일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저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꼼꼼히 대화를 함께 해오신 분이라면 이제는 어느정도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다음 회에서는 벤처사업을 중단하고 공기업에 입사하게 된 이야기와 공기업에서의 입사생활에 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회에서 뵙겠습니다.



박재훈 한국남동발전 사원 gyool@kose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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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잡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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