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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잡앤스토리(Job&Story) 연재기사


[나의 좌충우돌 입사기 : 박재훈] The His-Story

Story #2. 초벌구이 : 벤처사업이야기와 공기업의 입사-회사생활 이야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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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잡앤스토리


  우리는 지난 대화에서 저의 고3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도 '진짜 사실인가?' 싶을 만큼 드라마틱한 무용담에 힘이 빠지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용기를 얻으실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얼마나 멋진 무용담인가'가 아니라 '비전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성공이냐 실패냐는 사실 그리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성공과 실패가 결국 '확률의 문제'라면, 비전은 all or nothing을 다루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대화의 끝자락에서 '신학을 공부하겠다던 사람이 벤처사업가와 공기업의 일원이 되고도 어떻게 비전에 대해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변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대답을 드리기 위해서 비전에 관한 제 생각을 조금 더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본질적 문제'인 것일까요? 직감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약이 심한 궤변 같지만,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집니다. 비전이 없는 사람은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거머쥔다 하더라도 허무함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정말 원해서 한 일이 아니다보니 소위 말하는 '성공'을 성취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축하가 잦아든 후엔 얼마가지 않아 '내가 도대체 이곳에 왜 와있나?',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나?'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불가역'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인생, 열심히 수년~수십년을 달려갔는데 그 결과가 '허무'와 '후회'라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비전이 있는 사람은 실패를 하더라도 '한 가지 뚜렷한 방향'을 갖고 시도하는 과정 중에 겪은 실패이기 때문에, 그 실패의 경험조차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활용되는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감한 투자이며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저는 남들이 서로 오고 싶어 하는 서울대씩이나 와서도 비전을 찾지 못해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 시간을 모두 허비해버리거나, 뒤늦게 비전을 발견한 후에도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선후배들과 친구들을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서울대 입학이 정말 '성공적인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감사하게도 고3 시절이라는 짧은 기간을 투자하여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그 당시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과연 서울대 입학이 저에게 어떤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저는 '대학입학'을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로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불완전한 '직업적 비전'의 대안, '질적 비전'

 그렇다면 '비전'이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요? 저는 고3 시절 '목사님이 될 것이다'라는 단순한 비전을 붙잡고 노력해서 단기간 내에 대학입학이란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어떠한 수준과 종류의 비전이건 비전은 그 존재 자체로 강력한 동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에 입학 한 후, 비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성찰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고민들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만약 내가 결국 목사가 되지 못한다면 이 모든 과정 중의 성취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였습니다. 결국 비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저는 대학생활 초반의 수년간을 비전에 대한 고민과 지루한 싸움을 하는 것에 할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수 멘토들의 도움과 많은 고민의 시간을 통해 '비전'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진일보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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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시절의 제가 '목사님이 되는 것'을 저의 비전으로 삼았던 것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 '비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의사·검사·대학교수·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공무원·사회복지사·예술가·연예인 등의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비전을 직업으로 묶어두면, 모든 삶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그 직업을 얻기 위한 스펙이나 경험을 쌓는 것에 초점 맞춰지게 됩니다. 물론 그 자체로는 정말 좋은 일입니다. 앞서 꾸준히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계발을 위한 강력한 동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권장할 만한 일이죠. 하지만 제가 앞서 고민했던 것처럼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다가 그 직업을 얻는 일에 실패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 때까지의 모든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허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물론 비슷한 직업을 얻는 것에 도움이 될 수야 있겠지만, 보통은 정말 많이 후회할 만큼의 손해(매몰비용)를 감수해야하죠. 혹 원하던 직업을 얻는 것에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직업을 얻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보니, 직업을 얻고 나면 '승진'과 같은 다음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삶은 무기한 매너리즘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승진과 같은 다음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와서 새로운 비전이 정립된다 하더라도 그 비전의 '성공·실패'에 따르는 허무는 반복될 뿐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가 말하는 '비전'의 실체여서야 되겠습니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적 비전'은 불완전합니다. 인생을 통틀어 '내 인생을 비틀어도 지치지 않을' 비전으로 삼기엔 어딘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진짜 비전'은 평생을 달려가도 100%를 달성할 수는 없지만 죽기까지 내 마음에 품고 달려갈 수 있는 추상적인 것, 즉 '질적 비전'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저는 비전에 대한 고민을 재정립한 이후, '목사가 되겠다'라는 기존의 '업적 비전'을 '신본주의에 입각해서 ㅡ즉, '입각했다'란 말을 서슴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그것에 관한 공부와 고민을 충분히 해서ㅡ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영향력을 끼치겠다'라는 내용의 '질적 비전'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질적 비전'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붙잡고 살아온 나

 이러한 '질적 비전'은 '직업적 비전'에 비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첫째로, 질적 비전은 내 인생을 통째로 계획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자기 인생에 관한 수많은 단기 목표들의 실패와 성공을 수합해서 큰 그림을 그려내고 평가하는 '귀납적 인생'을 사는 것이 비해, 질적 비전은 '연역적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질적 비전이 수립되는 이후에는 더 이상 '이 나이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일은 없게 되는 것이죠. 구체적인 방법들이야 더 조사하고 고민해봐야 할 일이겠지만, 최소한 '어떤 것을 알아봐야 하는가' 정도는 뚜렷해지는 것이죠.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질적 비전은 삶의 구체적인 계획(세부목표)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질적 비전을 수립하고나면 '직업'은 목표가 아닌 비전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그 지위가 강등됩니다. '수단'은 그 희소성과 비용에 따라 비슷한 수단으로의 대체가 용이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죠. 예컨대, 질적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직업을 얻기 위해 도전을 했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쉽게 낙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직업을 얻으면 되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 실패를 통해 내가 얻게 된 경험과 그 간에 쌓아올린 유무형의 자산들을 '최종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인생을 통틀어 '하나의 질적 비전'에 부합하는 세부목표들을 향해 사는 삶을 살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적 비전'을 '질적 비전'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저는, 그 이후 각기 표면적으로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학생활과 벤처사업, 그리고 공기업 입사를 하나의 바늘로 꿰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질적 비전'에 관한 아이디어가 여러분께는 얼마만큼 흥미로우셨나요? 이제 다음 대화에서 그 질적 비전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그 비전을 어떻게 삶에 적용하며 살아왔는지, 실례를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박재훈 한국남동발전 사원 gyool@kosep.co.kr



원문 : 잡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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