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 ★★★☆
구성미 : ★★★★
참신함 : ★★★☆
총합점 : ★★★☆
Hansol WonderSpace (대학로)
2008. 7. 20. 主. pm 3:00
공연장에 들어서자 아기자기하게 예쁜 세트가 우리 시선을 사로 잡는다. 150명가량 정원의 작은 공연장에 사람들이 시나브로 들어차자, 이내 한 여자가 씩씩하게 무대로 뛰어나와 자신을 무대감독이라고 소개하며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리고 공연은 시작된다. 캔버스가 검어지고, 앰프에서 노래가 터져나온다.
"서울 살이 몇핸가요! 서울 살이 몇핸가요!"
널려있는 빨래들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각자 서울살이 경험을 늘어놓으며 '빨래'의 무대가 열리고, 게중 누구나 여주인공으로 알아 볼수있을만한 여주인공 '나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뮤지컬은 전개된다.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나영은 대학도 다니고 출세도 하고싶은 마음에 상경한지 5년. 하지만 그녀가 겪는 서울의 냉혹한 삶은 그녀의 꿈을 무너트리고 현실에, 시간에, 돈에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수많은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살게 된 한 판자촌의 작은 쪽방. 이 곳에서 그녀는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옆건물 옥탑방의 몽골 청년 '솔롱고'를 만난다.
음, 글쎄. 극적인 구성이나 음악, 연출은 볼만하다. 특히나 간간히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어서 보는 이로하여금 긴시간을 지겹지 않도록 해주고,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만큼 기분좋게 해주는 뮤지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작품성으로써 '빨래'는- 뭐랄까, 고개를 약간 기웃거리게 하는 면이 있는 작품이다.
'나영'이 돈이 없고 권력없음으로 삶의 회의를 느낄 때, 인생의 선배들인 아주머니들이 그녀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매개가 바로 '빨래'이다. 빨래를 통해 힘든 것들을 밟아버리고, 빨아 없애버리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 위로와, 또 새롭게 만난 인연 '솔롱고'를 통해 아픔을 잊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 권력과 돈에 무릎꿇고 만다. 글쎄, 이 작품이 도대체 말하려는게 무엇일까.
해피엔딩(?)은 과연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장을 기분좋게 빠져 나가도록 해주지만, 그 뒤에 남는 찝찝함이란. 무거운 주제를 들고서 그렇게 무겁지 않게, 또 간간히 코미디를 가미한 연출에는 박수를. 하지만 굳이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가벼운척을 해야했나. 이렇게 가볍고자 했다면 이런 주제를 사용할 필요는 있었나 하는점에서는 약간 고개를 기웃. 거리게 되는 뮤지컬 '빨래'. 그 의문점은 솔롱고의 한마디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몽골에는 이 곳 같은 옥탑방은 없지만, 이 곳 옥탑방, 하늘이랑 친해요"
이런 희망적인 메세지. 과연 옥탑방이 그들에게 전해줄수 있는 알맹이 있는 메세지일까.ㅡ 글쎄. 뭐 이러나 저러나 재미있다. 그 점은 확실하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그 점은 확실하다. 소극장의 잇점을 십분살려 극중 간간히 관객을 상대로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 기분 좋은 구성이었다.
2008. 7. 23.
GyoolGoon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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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파도
2009.01.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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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
2009.01.16 10:14
음 - 이 글은 예전에 적어뒀던거에요^^
리플 감사합니다 :) -
소박담박
2009.01.18 02:18
안녕하세요, 트랙백 걸어주신것 보고 날아왔어요^^
2008년 7월이면 제가 봤을때랑은 다른 캐스팅이였겠네요.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주어진 현실의 장벽안에서 스스로를 위안하며 평화를 찾고 행복을 누리는 모습 조차 이젠 내게 가야할 길을 가르쳐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는 화이팅하게 되더라구요.. -
온더무브
2009.02.03 13:55
음..
저는 뮤지컬에서 언급하고 있는 문제의식들,
가령 빈민가 문제라든가, 소외된 장애인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들을 극을 통해 꺼내놓은 그 자체에 대해서만 집중했었는데,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작품성 부분이나 주제를 전달하려는 방법의 부분에서는 미흡한 것이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좋은 지적은 더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 극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듯 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주 비관적인 면에선, 엔딩이 저 사람들 인생을 다해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씁쓸했던 거 같네요.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도 세상을 너무 구조적으로만, 물질적으로만 이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했구요.
글 엮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