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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Sentiment

[전시회] 색채의 마술사, 샤갈(Chagall) 展

Gyool 2011.02.02 00:19 조회 수 : 8196


https://www.chagallseoul.com/index_kr.php
2011년 3월 27일까지 전시, 성인 12000원.
[ 2011 02 02. Wed, 서울시립미술관 ]






그 이름도 유명한 샤갈(Chagall).
하지만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어떤 작가인지, 어떤 그림이 유명한지 조차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찾아간 샤갈전.


최근 전시회 관련 후기 포스팅을 많이 쓰고 있는 필자는
예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그에 관해 특출난 감각을 지닌 사람도 아니다.

whatever but,
예술이 인간 내면과 인생,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고
표현이 대중의 '공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라면
나같은 문외한도 '즐길 수' 있어야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공감'할 수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즐길 수' 없다면 전시회를 감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난 나와 같은 문외한 전시회 관객들에게
꼭 도슨트 타임을 맞춰 찾아갈 것을 권한다.



흔히 '예술'이라 칭하는 드로잉이나 판화, 조각 등은
시대와 작가의 상황,감정,주장 등의 역사를
'무언(無言)의 기록'으로 남기는 장르이다.

이러한 장르들은 그 한계로 인해
알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에
알아야만 보이는 것이 즐거움의 핵심이란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기 위해 찾아간 전시회에 대해
충분히 알아가는 과정을 갖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 작은 차이가 '따분함'을 '즐거움'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이는 마치,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알아온 친구의 이야기는
사소한 생활의 단편에 대한 이야기 일지라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




샤갈전과 같은 유명한 전시회는
평소 전시회나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다수 찾게 되는데,
정말 작은 노력으로 손쉽게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음에도
비싼 돈주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두가 길었다.


샤갈은 화가의 사회적 위상이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졌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전문적인 프로 화가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이를 반영하듯, 샤갈의 방대한 작품들이 촘촘하게 걸린 전시회장을
꼼꼼히 둘러보다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사실, 필자가 도슨트 이야기를 강조해서 꺼냈지만,
왜 샤갈을 두고 '색채의 마술사'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무런 지식없이 그림을 쓱 둘러보기만하여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상들을 덩어리지어서 혹은 화면을 분할해서
큼직큼직하게 사용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를 놓치지 않는다.
전반적인 작품의 요소들에 대한 형태묘사는 거칠지만,
색상만으로도 상황과 분위기, 질감과 감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추상적이다.
주로 실존하는 대상을 그렸지만, 보이는대로 그리진 않았다.
대상을 자기의 감각과 감정대로 단순화 시키고,
유의미한 크기와 위치로 배치하며 색을 입혔다.

미술을 잘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 유의미한 단순화와 색의 표현이
샤갈을 대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 나와 마을 , I and the Village (1912) >
(종이에 연필, 수채, 과슈 / 61.8x48.9㎝ / 벨기에 왕립 미술관)


< 도시 위에서 , Over the Town (1914-1918) >
(캔버스에 유화 / 139x197㎝ /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




하지만 샤갈의 엄청난 유명세에 비해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인지,
얼마만큼의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들여 그려낸 것인지는 가늠할 수 있는 법인데
작품의 수준들이 들쑥날쑥 했을 뿐더러,
솔직히 말하자면 '그림을 그려야 해서 그려낸' 그림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기발한 표현이나 뛰어난 감각은 있었어도
인생의 '결핍'에서 오는 '갈망'과 '감성, 고민의 깊이'는 느끼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어린시절 러시아에 거주하는 유대인이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러시아 생활에서도 프랑스 생활에서도, 가정사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던 까닭이리라.



하지만 그는 성실하고, 스스로의 삶에 정직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화가로서 평생에 걸쳐 다양한 장르(판화/드로잉/벽화/무대장치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시도한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이것이 과연 한 작가가 그려낸 작품들인가' 싶은 작품들이
샤갈이란 같은 이름을 달고 바로 옆, 또 바로 그 옆으로 줄잇는다.





< 비테프스크 위에서, Over Vitebsk (1915~1920) >
(캔버스에 유화 / 67x92.7㎝ / 뉴욕현대미술관)


< 산책, Walk (1917~1928) >
(캔버스에 유화 / 175.2x168.4㎝ / 국립러시아미술관)



'당나귀'와 '수탉'.
그렇게 스스로를 헌신과 열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샤갈.

그의 그림에는
캔버스를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고도
자기 안의 열정을 다 쏟아놓지 못한 아쉬움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스스로의 태생과 아내, 인생을 사랑했던 샤갈은
평생토록 사랑과 헌신, 자기 민족을 노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에 남아있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은
작품에 대한 평가와 감상을 떠나, 전시장에 머무는 내내 관람하는 필자의 마음을 부풀게 했다.

뭐, 전시회를 추천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워낙 대작가의 전시회가 아닌가.
전시 일정이 다 되기 전에 꼭 한번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 작품 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작품사진은 공식홈페이지, 그 외 리플렛 등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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