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의 6월 독서목록 및 간결한 서평 (G's Book Review, June 2013)
<생각의 함정>
자카리 쇼어, 임옥희 옮김, 2009, 에코의서재
굉장히 범속한 심리학 책이다. 절대 추전하지 않는다.
시중에 흔히 돌아다니는 인지심리학 관련 내용들을
역사적 사례들에 엮어 논리를 펴는 방식인데,
말하자면 '잘 됐으면 통찰, 잘 안됐으면 인지오류'식이다.
어디까지나 사건에 관련된
'성패의 결과'는 논리로 해석하는 것 외에
운도 많이 따라야 할 뿐더러,
한편의 글로는 모두 증명해내기 힘든
수많은 내외적 요인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실례들은 '역사적 사건'인데,
역사는 궁극적으로 승자에 의해 쓰인
패자에 대한 판결문이 아니던가.
만약 그러한 '실패'에 대한 모든 귀인을
'인지오류'로 가져가야 한다면,
세상의 모든 패자는 인지오류자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보니 심지어는 이 책의 엮음이
인지오류 그 자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심리학의 효용을 무시하는 바 아니지만,
이 책이 말하는 대로는 아닌 듯 하다.
<커피시집> 3권
윤보영, 비매품
내가 출연하는 KBS 3R의 프로그램에
해당 작가님이 하루 출연하게 되셔서 대기실에서 뵈었는데,
덕분에 아직 출간하지 않은 시집을 받아보게 되었다.
그냥 마음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같은 일기. 일기같은 수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꼭 '시'라고 불러야 했을까.
굳이 '詩'를 규정하는 특징과 구조가 있다라면,
그것은 언어의 함축미와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운율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함축미도 운율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굳이 시가 함축적일 필요도 없고,
운율이 느껴질 필요도 없다면,
같은 이유로 굳이 그런 글을 시라고 부를 이유도 없다.
읽기에 괜찮은 글들이긴 하지만,
굳이 시라고 불러야 했을까. 아쉽다.
<칠판에 적힌 시 한편>
오연경·이옥근·임동민, 2011, 창작과비평사
현역 국어선생님들이 추천한 국문시와
그에 대한 간략한 해제가 담긴 책.
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시가 담긴 점,
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간단히 시를 즐겨볼 수 있도록
짧지만 깊이 있는 해제가 담긴 점 등이 매우 유용하다.
특히 해제가 교과서에 있는 것 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 경험이나 작은 이야기들을
이용한 것들이 많아서 쉽고 익숙하며 편안하다.
학생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될 만한 책이지만,
평소 시가 멀게만 느껴졌던 성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석같은 우리 언어의 시들이 가득하다.
<의롭다하시는 하나님>
존 번연, 마리 오 옮김, 2007, 씨뿌리는사람
성경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칭의'에 대해서
논문 같은 깊이와 밀도의 고찰로 논리를 풀어내는 책.
그 구성이 매우 짜임있고 고찰의 깊이가 매우 깊어서
칭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뜯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마 칭의를 고민하며 나올만한 질문은
이 책이 한번씩 다 짚어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다만 1600년대 사람의 글이다보니,
현대의 독자가 읽기에는 그 효용만큼이나 한계도 크다.
내적 논리는 매우 탄탄한 것에 반해,
기독교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책이다.
<왜 책을 읽는가>
샤를 단치, 임명주 옮김, 2013, 이루
프랑스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데.
나는 왜 열심히 읽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일까.
도대체 뭐가 충격적인 것인가.
이 사람이 비현실적일만큼 폐쇄적이며
넓은 자기세계에 사는 사람인 것이 충격적인 것일까.
도대체 이 사람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
그럴싸한 멋진 문장들도 종종 보이긴하는데,
꼼꼼히 읽다보면, 이 사람의 문장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어떤 페이지에서는
"나는 권위가 싫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 사람의 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 많이 읽은 자로서의 권위를 빼면
남는 내용이 없을 지경이다.
그냥 글 깨나 읽은 분이
"나보다 글 많이 읽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니네가 많이 읽었다고 자부해봐야,
나만큼 읽은게 아니면 '읽은 사람'이라고 할 자격이 없어"
정도 이외에는 그닥 남는게 없는 문장.
<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김영하 옮김, 2009, 문학동네
우리나라로 치면 소나기 쯤 되는 작품일까나.
미국의 현대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작품.
그러한 명성을 증명하듯 플롯 자체는
깊이 있는 당대 시대상의 반영이나,
탄탄한 구성의 내용이 매우 돋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명확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상황과 인물들이 가진
복잡성에 비해 글이 너무 불친절하다.
어쩌면 번역의 문제일려나?
하지만 내가 읽은 글은 한글로 번역된 개츠비 중
가장 세련되게 잘 번역이 되었다는
평을 듣는 김영하의 번역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단점이 있다.
클라이막스가 후반 15%가량에 몰려있는데,
나머지 85%에 해당하는 긴 지면의 내용이 매우 지루하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계속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내용적 구성이 매우 탄탄한만큼
작가가 조금 더 신경써서 썼더라면
더 괜찮은 흐름의 책을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미 작가로서 대성공을 이루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작가가 쓴 작품으로서
드러난 한계가 아니었을까.
열심히 읽어서 내용의 앞뒤를 다 끼워맞추고나면,
왜 이 작품이 당대에 대단한 작품으로
인정받을만 했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왜 당대에 그토록 인기가 없었는지,
왜 대중의 인기가 아닌 '평단의 극찬'으로만
레전드급 작품이 되었는지도 이해가 된다.
내용은 재미가 있는데, 글이 재미가 없다.
영화와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201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