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연감상 ㅡ 공감 ]
두번째 시간 (20140418)
연극 <베키쇼(BECKY SHAW)>
# 인사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문화행사는 연극 <베키쇼>입니다. <베키쇼>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7년이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유명 TV드라마 '콜드케이스'의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가 쓴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품인데요, 한국에서 처음 공연되는 이번 연극의 연출도 2010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던 박근형 연출이 직접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두산인문극장, 불신시대
이런 <베키쇼>는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두산아트센터에서 [불신시대]라는 주제로 기획한 [2014년 두산인문극장]의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선택된 작품입니다. [두산인문극장 2014, 불신시대]는 여러 작품과 강연들을 통해 우리 삶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후회와 의심과 불신의 사례들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연간 프로그램인데요. 이런 관찰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소했었던 SNS가 빠른 시간 안에 우리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예전보다 더 많이 서로 연락하며 지내게 된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지 사람들의 외로움은 날로 더해만 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SNS로 대화하는 것에는 날로 익숙해지고 있음에도, 직접 사람을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대화하고, 깊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것에는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되어버렸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런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연간 프로그램 [불신극장]이 <베키쇼>를 첫번째 작품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두산아트센터는 [불신극장]을 홈페이지에 소개하면서, 첫번째 주제로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 두번째 주제로 '우리는 지속할 수 있는가?', 세번째 주제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는가?'를 다루겠다고 밝히면서, 그 첫번째 주제인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베키쇼>를 선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줄거리
<베키쇼>라는 제목을 들으면 '베키'라는 사람이 나와서 하는 무슨 쑈인가 싶으실테지만, 베키쇼(Becky Shaw)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이름이 베키고, 성이 쇼입니다. 베키는 사람을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이 넘치는 여성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거쳐간 애인들과 가족들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베키의 사랑은 항상 실패로 돌아갔는데요, 그 결과 베키는 가족과도 멀리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하지만 베키의 사랑에 대한 열망은 그치지 않습니다. 또 다시 사람에게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키는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애정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또한 이 작품에는 베키쇼 이외에도 네 명의 인물이 더 등장하는데요. 제각기 개성적인 성격과 인품을 갖고 있고, 성장환경도 서로 매우 다른 5명의 등장인물들이 베키쇼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관계를 구성하게 됩니다. 2시간 남짓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베키쇼를 중심으로 아주 다양한 관계들이 펼쳐지는데요. 베키를 불쌍히 여겨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 베키를 싫어하는 사람, 베키를 무시하는 사람, 베키에게 관심없는 사람. 이런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하고, 이 모든 관계 속에서 베키는 사랑은 넘치지만 그녀의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볼품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이렇듯 연극 <베키쇼>는 사회적으로 무능해보이는 한 여성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살아가는 모습과, 그 주변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관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대- 안정- 사랑- 실망- 배신- 후회와 같은 수많은 감정들과 번민들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내내 베키가 되기도 하고, 베키를 돕는 사람이 되기도하고, 베키를 싫어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면서, 스스로가 살면서 느꼈던 관계에서의 어려움과 기쁨의 순간들을 떠올려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베키쇼>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지만, 이번에 공연되고 있는 <베키쇼>는 연간 프로그램인 [두산인문극장 불신시대]의 첫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것이어서 그 의미를 더욱 곱씹어보게 되는 작품인데요. 특히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많은 사랑의 작품들이 '사랑의 설레임과 애잔함, 그리고 기쁨'같은 좋은 감정을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사랑이란 감정이 갖고 있는 일방성의 한계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개인주의와 불신 위에 뿌리내리려 하는 사랑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더욱 더 피부에 와닿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작품감상
이 작품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배우들의 질 높은 연기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 처럼, 연극 <베키쇼>에는 총 5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요. 연극 자체가 전반적으로 미장센이나 셔레이드보다는 대사위주로 진행되는데다, 각각의 배우들이 다들 하나같이 독특한 성장환경과 성격을 갖고 있고, 그 성격의 차이가 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극의 전달력에 있어서 연기수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연극에 출연한 다섯 명의 배우는 모두 연기수준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무대 위에서 대사의 어투와 강약, 표정연기만으로 '사랑과 다양한 인간관계'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도, 모든 출연진이 각자의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낸 것입니다.
사실 이번 연극은 좁은 무대 위에서 배경도 자주 바뀌지도 않고요, 그나마도 행동이나 몸짓보다는 대부분 대사로 진행되는 구성이었어서, 보통의 비슷한 구성의 연극이었다면 조금은 지겨운 것이 당연했을텐데요. <베키쇼> 2시간 가까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연기 뿐만아니라 '인간관계와 사랑'이라는 인류 최대의 관심사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 점도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연극적인 요소로서의 참신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극의 플롯이 워낙 탄탄하고 감정을 다루는 깊이가 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만족스러워서, 전반적으로 아주 좋은 작품이 되었다고 봅니다.
# 공연장 소개 및 장애인 시설과 혜택
연극 <베키쇼>가 공연되고 있는 두산아트센터는 종로 5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하차하셔서 1번 또는 2번 출구 방향으로 나오신 후 100미터 정도 평지를 걸어오시면 두산아트센터에 쉽게 도착하실 수 있는데요. 종로5가역도 플랫폼부터 지상까지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어서 이동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이번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두산아트센터 내 '스페이스111'관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두산아트센터도 엘리베이터는 물론 장애인 화장실도 구비하고 있어서 공연장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휠체어 이용객의 경우에는 원하시는 객석에 앉으실 수는 없고, 아트센터와 조율하여 사전에 준비된 자리에 착석하실 수 있는데요. 무대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어느자리에서나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 미리 연락만 하신다면 공연 관람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자차로 찾아가실 경우 주차는 두산아트센터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며, 주차비는 4시간까지 3천원입니다.
연극 <베키쇼>는 4월 26일까지 진행되며, 전석 3만원이지만 복지할인을 받으실 경우 동반 1인까지 50% 할인된 가격에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대낮에는 초여름처럼 느껴질 만큼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비오는 날도 거의 없어서 주말이면 나들이 다니기 참 좋은 것 같네요. 요즘 같은 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베키쇼>를 함께보고 감상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주 [특별한 공감]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