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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Sentiment

KBS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감 ]

여섯번째 시간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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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푸르른 날에>

 

 

 #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문화행사는 바로 남산예술센터 내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중인 연극 <푸르른 날에>인데요. 돌아오는 일요일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시기에 한번 쯤 꼭 관심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선택해보았습니다.

 

 방금 말씀드린바와 같이, 연극 <푸르른 날에>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났던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연극입니다. 당연히 내용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2011년 80%대의 높은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초연의 흥행에 성공한 이후 벌써 4년 째 매년 봄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푸르른 날에>는 2012년 부터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을만큼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이 인생을 통해 겪어야 했던 518의 실질적인 결을 극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연극의 완성도 면에서도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간단 줄거리

 

  연극 <푸르른 날에>는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한 오민호라는 남자와 남편을 잃고 아이를 혼자 키우며 고통스러운 인생을 보내야 했던 윤정혜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야기는 윤정혜의 딸 운화의 결혼 소식을 전해들은 오민호가 큰 고민에 휩싸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오민호와 윤정혜는 원래 사랑했던 사이었습니다. 80년 봄에 이 커플은 아이를 갖게 되는데요. 오민호는 사건이 터지는 날이 되기까지도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에서 야학을 운영하며 지식인으로서 활약하던 오민호는 518 민주화운동이 터지자 그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게 됩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과 동료선생들이 총을 들고 광주시청으로 달려가는 상황 속에서, 그 결과가 죽음 뿐일 것이란 것 직감한 오민호는 결국 그들을 말리고 회유하는 일들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결국 오민호는 자신의 눈 앞에서 제자들과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게되고, 나중에 자신은 검사에게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죽어간 사람들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비굴한 거짓말을 해가며 살아남게 됩니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오민호는 사실 사랑했던 여인 윤정혜를 혼자 남길 수 없어서 스스로의 양심에 큰 가책을 느끼면서도 그러한 행동들을 하고, 비굴하게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살아남은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생존은 더 큰 비극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후에 제자와 동료들의 죽음을 바라만 봐야했다는 상실감과 비굴하게 살아남았다는 자격지심때문에 한동안 미친사람처럼 살아가게 된 것인데요. 그는 자기가 살아남은 이유인 윤정혜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고 거칠게 굴만큼 온전치 않은 정신상태를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 걸인이 되어 세상을 떠돌던 오민호는 한 행려승을 만나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요. 행려승을 만나 마음을 다시 다잡은 오민호는 나중에 윤정혜를 만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속세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 연극의 첫 장면이었던, 윤정혜의 딸 운화의 결혼소식을 들은 오민호가 갈등하는 장면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 작품의 의미

 

  연극 <푸르른 날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시- 소설- 영화- 음악- 등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이 주로 518의 정치적인 의미와 역사적인 맥락을 짚고 있는 것에 반해서, 518이 직접적으로 한 보통 사람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피부로 와닿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518 사건이 그저 헌법에 반하는 일이었다거나- 정의롭지 않은 사건이었다거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만, 연극 <푸르른 날에>는 이 정의 담론을 넘어서) 실제로 그 당사자들이 어떠한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관객들이 실질적인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위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 518을 표현해온 많은 작품들은 아주 정치적이거나 어떤면에서는 극적으로 감정을 건들기만하는 신파극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다면, 연극 <푸르른 날에>는 그 두가지 양면을 적절하게 녹여낸 수작이라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 작품의 완성도 높은 구성과 연기

 

  특히 연극 <푸르른 날에>는 실화를 재현한 연극으로서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있기만한 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도 성공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대단함이 더욱 빛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구성적인 면에서도 아주 잘 만든 연극일 뿐만 아니라, 아주 재밌습니다. 쉽기도하구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이라고 하니 아주 슬프거나 어려운 구성이거나 무거운 내용일 거라는 예상을 하기가 쉬운데요. 연극 <푸르른 날에>는 이런 예상과는 달리 아주 재밌습니다. 익살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배우들은 극의 내내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하고 재밌는 대사들을 합니다. 처음 연극을 보다보면 이 작품이 정말 518을 다룬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코믹할 정도인데요. 이에 대해 연극 <푸르는 날에>를 연출하고 있는 고선웅 연출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푸르는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속극이라 함은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만한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극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연출의도 자체가 의미만 무겁고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극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연극 <푸르른 날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쉽고 재밌고,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20명에 이르는 거대규모의 등장인물도 단연 볼거리이구요. '연극'이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수준급의 노래들과 군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518에 관련된 유명한 시들도 이 작품에 녹아있어 여러차례 등장하고요. 중간중간에는 출연진들이 현장에서 직접 북을 치며 배경음악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도 등장합니다.

 

 보통 연극에서 노래나 춤이나 퍼포먼스들을 시도하면 그 수준이 어설프거나 구성적으로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극 <푸르른 날에>에 등장하는 노래와 춤, 시, 퍼포먼스들은 어느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구성도 상당히 유기적이어서 군더더기 없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높은 완성도를 지지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는데요. 바로 4년째 공연을 이어오면서도 주요 등장인물들을 맡고 있는 배우들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4년 가까이 이 극을 같은 배역으로 호흡을 맞추다보니 연기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공연관람여건

 

  6월 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동에 위치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극에 있어서 가장 놀라워 하는 점은 바로 극의 가격인데요. 이렇게 20명이나 등장하고 노래 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양질의 대형 연극 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인당 25000원에 불과합니다. 제가 많은 분들에게 연극 <푸르른 날에>를 적극적으로권하고 싶은 이유인데요. 극 자체가 워낙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보니 평소 공연을 멀게만 느꼈던 분들도 쉽게 접하실 수 있는 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대로 가격은 25000원이며 장애인은 급수와 상관없이 동반 1인까지 50% 할인된 가격으로 접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접근성입니다. 극장의 위치가 명동역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명동역에 하차하셔도 극장까지 아주 높은 오르막길이어서 사실상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운수준이구요. 극장 내에서도 객석에 접근하려면 미리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다른 문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주차시설도 거의 없는 수준이니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광주에서도 같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서울공연을 마친 후 6월 13일 부터 22일까지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도 연극이 공연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미리미리 예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최고 객석당 45000원부터 25000원까지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 장애인할인은 30%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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