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북미 대화의 행간을 읽는 법]
0. 그림은 국토면적과 인구로 국가의 사이즈를 비교한 도표다. 한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그리고 일본은 얼마나 큰 나라이고 중국과 미국은 얼마나 더 큰 나라인지 가늠할 수 있다.
1. 한민족은 참 재미있는 민족이다. 세계 속 한반도는 좀 시끄럽고 악착스러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래봐야 과거 중국과 몽골과 일본의 속국이었던, 자존심 세고 고집센 약소국일 뿐이다. 하지만 한민족은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최고의 열강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그 나라들을 발톱의 때 정도로 여기며 떼놈, 원숭이라고 비하한다.
2.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군주둔이야길 하지 않더라도 대외무역 의존도와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치 지형을 고려해보았을 때 사실상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민족의 집단적인 정서는 미국을 빅브라더로 보지 않는다. 엄청난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라치면 다함께 들고 일어나 자존심을 세우기 일쑤이니 말이다. (나도 그렇다.)
3.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민족적 특성의 상당부분이 고립된 언어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고립은 내부자의 정서적 유대감 강화와 가용정보(지식+타자의 평판)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가용정보의 제한은 필연적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엘리트들의 선택+편집에 의한 것이다.
4. 특히 전쟁 후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바 역동적인 역사를 단시간에 경험한 한민족의 엘리트들은 지배자로서의 역사적-정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어서, 민족적 통일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제한하지 않고서는 그대들의 존립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특별한 연구없이 걍 내맘대로 지껄이는 개똥철학이었습니다.)
5. 물론 그렇다고 내가, 한민족은 사실은 우수하지 않다거나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자신감보다 저급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것은 말하면서도 중국과 몽골의 속국이었다는 것은 뚜렷하게 가르치지는 않는 국사교육의 맹점이라든가, 일제시대 용맹했던 독립투사에 대한 자부심은 가지면서도 순전히 외세에 의해 독립을 탈환한 것과 독립된 민주국가는 김구를 숙청하고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은 쉬쉬하기만 하는 한민족의 보편적 방법론으로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과 관심점을 놓치기 쉽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6. 세계가 바라보는 남북미 대화는 '냉전'의 종료다. 우리는 이미 탈냉전 시대를 살고 있노라 수없이 이야기 한다. 탈냉전은 비대칭 핵무기의 보급(?),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세계무역장벽 제거, 그리고 민주주의 시민의식의 고도화에 따라 단단히 다져져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두 탈냉전을 말해도 사실 우리는 말해서는 안되는 전세계의 얼마 남지 않은 땅덩이에 살고있다. 우리의 휴전이 바로 그 냉전이 끝나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7. 우리의 평화는 우리만의 평화가 아니다. 우리의 평화는 냉전의 완전한 폐기이며 이는 세계사의 한 챕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세계사의 전환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패권유지의 방법 전환을 요구받는 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8. 강대국들이 그냥 보기엔 단물 다 빠진것 같은 냉전의 찌꺼기를 지금까지도 유지해 온 것은, 그게 단물이 빠진것 같아도 그 체제가 가져오는 이익에 기반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이익집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9. 일본이 대표적이다. 미국에 의해 패망하고 모든 권력을 잃었던 일본이 단기간에 정치+군사적 힘을 회복하고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잘 아는 것 처럼 남북분단과 625전쟁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10. 미국과 중국에도, 심지어는 우리나라에도 냉전의 구조가 주는 공짜 밥으로 배 뚜드리는 나쁜 녀석들이 (아주 많이) 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남북미대화에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라면 '냉전의 쉰 밥을 먹고 사는 기생충인가?' 생각하면 70점은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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