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Gyool's Universe

Critique

내가 남북미 대화의 행간을 읽는 법

Gyool 2018.06.15 11:15 조회 수 : 2196

[내가 남북미 대화의 행간을 읽는 법]

 

 

2023-09-09(373).jpg

 

0. 그림은 국토면적과 인구로 국가의 사이즈를 비교한 도표다. 한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그리고 일본은 얼마나 큰 나라이고 중국과 미국은 얼마나 더 큰 나라인지 가늠할 수 있다.

 

1. 한민족은 참 재미있는 민족이다. 세계 속 한반도는 좀 시끄럽고 악착스러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래봐야 과거 중국과 몽골과 일본의 속국이었던, 자존심 세고 고집센 약소국일 뿐이다. 하지만 한민족은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최고의 열강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그 나라들을 발톱의 때 정도로 여기며 떼놈, 원숭이라고 비하한다.

 

2.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군주둔이야길 하지 않더라도 대외무역 의존도와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치 지형을 고려해보았을 때 사실상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민족의 집단적인 정서는 미국을 빅브라더로 보지 않는다. 엄청난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라치면 다함께 들고 일어나 자존심을 세우기 일쑤이니 말이다. (나도 그렇다.)

 

3.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민족적 특성의 상당부분이 고립된 언어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고립은 내부자의 정서적 유대감 강화와 가용정보(지식+타자의 평판)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가용정보의 제한은 필연적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엘리트들의 선택+편집에 의한 것이다.

 

4. 특히 전쟁 후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바 역동적인 역사를 단시간에 경험한 한민족의 엘리트들은 지배자로서의 역사적-정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어서, 민족적 통일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제한하지 않고서는 그대들의 존립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특별한 연구없이 걍 내맘대로 지껄이는 개똥철학이었습니다.)

 

5. 물론 그렇다고 내가, 한민족은 사실은 우수하지 않다거나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자신감보다 저급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것은 말하면서도 중국과 몽골의 속국이었다는 것은 뚜렷하게 가르치지는 않는 국사교육의 맹점이라든가, 일제시대 용맹했던 독립투사에 대한 자부심은 가지면서도 순전히 외세에 의해 독립을 탈환한 것과 독립된 민주국가는 김구를 숙청하고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은 쉬쉬하기만 하는 한민족의 보편적 방법론으로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과 관심점을 놓치기 쉽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6. 세계가 바라보는 남북미 대화는 '냉전'의 종료다. 우리는 이미 탈냉전 시대를 살고 있노라 수없이 이야기 한다. 탈냉전은 비대칭 핵무기의 보급(?),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세계무역장벽 제거, 그리고 민주주의 시민의식의 고도화에 따라 단단히 다져져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두 탈냉전을 말해도 사실 우리는 말해서는 안되는 전세계의 얼마 남지 않은 땅덩이에 살고있다. 우리의 휴전이 바로 그 냉전이 끝나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7. 우리의 평화는 우리만의 평화가 아니다. 우리의 평화는 냉전의 완전한 폐기이며 이는 세계사의 한 챕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세계사의 전환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패권유지의 방법 전환을 요구받는 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8. 강대국들이 그냥 보기엔 단물 다 빠진것 같은 냉전의 찌꺼기를 지금까지도 유지해 온 것은, 그게 단물이 빠진것 같아도 그 체제가 가져오는 이익에 기반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이익집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9. 일본이 대표적이다. 미국에 의해 패망하고 모든 권력을 잃었던 일본이 단기간에 정치+군사적 힘을 회복하고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잘 아는 것 처럼 남북분단과 625전쟁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10. 미국과 중국에도, 심지어는 우리나라에도 냉전의 구조가 주는 공짜 밥으로 배 뚜드리는 나쁜 녀석들이 (아주 많이) 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남북미대화에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라면 '냉전의 쉰 밥을 먹고 사는 기생충인가?' 생각하면 70점은 맞는 것이다.

 

 

2023-09-09(374).jpg

 

#너무뻔한말길게써서죄송 #냉전종식 #남북미대화 #남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번호 제목 날짜
84 오염, 위치, 성스러움에 대한 단상 file 2024.01.01
83 [공지] 홈페이지 서버 및 도메인 이전 완료 안내 (gyool.net → gyool.kr) file 2023.09.03
82 요즘 세상 돈 이야기 (4) _ 물가는 오른다는데 아파트는 왜 떨어지나? file 2022.11.04
81 요즘 세상 돈 이야기 (3) _ 킹달러 file 2022.11.04
80 요즘 세상 돈 이야기 (2) _ 물가는 갑자기 왜 오르고, 금리는 왜 올리는가? file 2022.11.04
79 요즘 세상 돈 이야기 (1) _ 옛날(?) 양적완화 이야기 file 2022.11.04
78 그 날이 오면 :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file 2021.03.08
77 무학의 통찰인척 하는 그냥 잡설 : 생각과 닫힌계 2020.12.11
76 수신 폭증이라는 기사들에 대해 2020.07.28
75 정의로 가는 길 : 시국에 부쳐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9년 겨울호 2019.12.09
74 김현종 국가안보 2차장이 미국에 중재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 2019.08.12
73 시대의 상식, 정리하고 갑시다 2019.07.23
72 공감능력은 지능순 :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2019.04.17
» 내가 남북미 대화의 행간을 읽는 법 file 2018.06.15
70 지방선거 간단 감상 2018.06.14
69 6.12 북미합의 환영, 짧은 소감 2018.06.12
68 갑을유감 : 스마트폰 AS센터에서 겪은 일 2018.05.10
67 예술, 자본주의, 나에 대한 잡스러운 생각 2018.04.29
66 대통령 헌법 개정안(中 총강 및 기본권)에 대한 개인적 평가 2018.03.20
65 2018년 최저임금 타결을 환영하며 2017.07.16
64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구속기각? 기소? 구형? 양형? 2017.04.18
63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압도적인 탄핵소추안 가결 ! 이제는 헌법재판소다 ! 2016.12.09
62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탄핵정국, 어디로 갈 것인가 ② : 가결 시나리오 2016.12.06
61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탄핵정국, 어디로 갈 것인가 ① : 부결 시나리오 2016.12.05
60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2일 탄핵안 상정 불발, 무슨 의미인가 2016.12.01
59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박근혜 3차 담화, 하야선언인가 아닌가? 2016.11.29
58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친박 중진들의 하야 권고, 어떤 의도인가 2016.11.29
57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의 사의는 어떤 의미인가 2016.11.29
56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시국상식 용어사전 2016.11.23
55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세월호 7시간, 왜 중요한가 2016.11.21
54 [ 뉴스 읽어주는 남자 ] 별도 특검 합의 = 촛불의 장기전 돌입 2016.11.14
53 우리는 이 깊은 오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16.09.09
52 장애인을 ‘평범’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6년 가을호 2016.09.04
51 말과 글은, 생각나는대로 내밷는 것보다 2016.07.08
50 한때는 패션, 한때는 외모, 한때는 돈, 한때는 지식, 한때는 어떤 사람. 2016.07.01
49 AlphaGo의 승리와 인간의 우려 2016.03.10
48 역병은 대증요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6년 봄호 2016.02.21
47 TV 뉴스에 당신의 돈이 지불되고 있다.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5년 겨울호 2015.11.01
46 소통, 다양성, 그리고 장애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계간지 <삶과 노동> 2015년 가을호 2015.09.04
45 개혁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지 '빼앗는 것'이 아니다. 2015.08.27
44 남북 공동 보도문에 대한 논평 : 준전시상태 그리고 524조치 2015.08.24
43 고도화된 자본주의 속 인간의 자화상, 그리고 공동체 - 멘사코리아(Mensa Korea) 회지, 2015.06.01. file 2015.06.01
42 다수의 폭력적 오해와 몰이해, 차별! 2015.05.28
41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하는 순간 자유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된다 2015.05.11
40 여행 같은 인생, 그리고 '우리의' 장애 _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웹진 <통> 49호 2015.04.10
39 장애사회인 다섯명의 직장생활의 이야기 _삶과 노동 2014년 가을호, pp.10-14 file 2014.10.30
38 성형괴물 같은 우리의 '가상외모', 싫어요(Hate it) _100Tong 2014 가을호, pp.4-5 file 2014.10.12
37 장애인 고용에 관한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_삶과 노동 2014년 여름호, pp.10-15 file 2014.07.20
36 우리 함께 '불편함'을 이야기하자 _100Tong 2014 여름호, pp. 4-9 file 2014.07.13
35 공동체 : 빼앗긴 내 인격을 되찾는 길 file 2014.03.31
34 숙제같은 공동체, 목적으로서의 공동체 _100Tong 2014 봄호, pp. 16-19 file 2014.03.20
33 "진짜 가치를 쫓아 사는 삶", 한국장애인재단 계간지 <틈> (2013~2014겨울호, 6호) pp. 58-61 file 2014.01.15
32 공동체 붕괴 → 브랜드+프렌차이즈 전성기 → 빈부격차의 확대 ? 2013.12.02
31 불확실성의 시대, 해답은 힐링이 아니라 비전이다 _삶과 노동 2013년 겨울호, pp.6-8 file 2013.11.01
30 이 가을, 안부를 권합니다 _100Tong 2013 가을호, pp.4-7 file 2013.10.13
29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에는 사랑을 2013.09.25
28 소비주의가 심어준 환상과 우리의 꿈 2013.09.21
27 결혼에 대한 단상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시리즈] [3] file 2013.07.04
26 외로움에 대한 단상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시리즈] file 2013.07.04
25 왜 청춘은 '힐링'에 열광하는가 file 2013.06.23
24 다원주의-상대주의의 맹점과 기독교 file 2012.09.19
23 민주주의 국가의 유권자가 될 것인가? 양심적 자유를 파는 상품의 소비자가 될 것인가? file 2012.09.19
22 최근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무학의 통찰(이라고 쓰고 잡생각이라고 읽는다) [1] file 2012.09.19
21 [경제/정치] 한순간에 13조 빚쟁이가 되어버린 국립대 (서울중앙지법의 기성회비 무효 판결에 대해) file 2012.01.28
20 말장난으로 왜곡된 무상급식 논의 file 2011.08.22
19 내성이 생긴 것인가, 역치가 높아진 것인가? 2009.12.14
18 ▦ 기어코 찾아올 내일, 그리고 또 내일. file 2009.05.29
17 ▶◀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file 2009.05.24
16 일은포(日銀砲)사건과 강만수의 환율개입 [9] [2] file 2009.01.26
15 이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라디오 연설. (용산참사에 대해서) [1] file 2009.01.24
14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 [1] [1] file 2009.01.22
13 사임한 어청수 경찰청장 후임 김석기 프로필 [1] file 2009.01.19
12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 다양성을 해치는 사회 [1] file 2009.01.16
11 국회폭력방지법? 법은 가훈(家訓)이 아니다. [2] file 2009.01.15
10 이 정부는 왜 이렇게 '부동산'에 목을 매는가 (부동산활성화 올바른 길인가) [3] file 2009.01.15
9 '5만원권 발행'의 경제적 파급과 평가 [4] [6] file 2009.01.14
8 진보와 보수, 야당의 국회 점거사태를 돌아보며 [1] file 2009.01.12
7 2009년 초, 현 경제상황에 대한 고찰 및 나아가야 할 방향 - 부제 : 리만브라더스의 실패 [6] [3] file 2009.01.08
6 경제적 파라다이스? 2008.10.02
5 개인주의, 자유, 경쟁이 선(善)이 되는 사회 2008.10.02
4 자유 vs 평등, 그리고 경제적 효용극대화. 2008.09.18
3 '희소성의 원리'의 아둔함. [2] 2008.09.10
2 광우병시위대와 정부의 대처 [1] file 2008.06.02
1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Relationship file 2007.04.2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