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상 돈 이야기 (3) _ 킹달러 ]
_요즘 킹달러가 핫하다.
미 연준이 매월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데
다른 나라들이 그 금리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 세계의 자금이 달러로 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외환보유고나
내수 금융시장의 체력이 빈약한 개도국 등에는
단기적인 통화-신용경색의 원인이 되면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어서
안전자산을 찾는 경제주체로 하여금
달러에 더 몰리도록 하게 하고 있다.
킹달러가 갓달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러라면 모두 안전한가?
_2차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의 패권을 확실하게 확보한 미국은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고자
'금본위제'(1944, 브레튼 우즈 체제)를 선언했다.
사람들이 '종이쪼가리 달러를 어떻게 믿냐'라고 물으니
'달러를 갖고 있으면 원할 때 언제든
동일한 양의 금으로 바꿔줄게'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서 '통장 잔액'을 찍고,
그 돈이 다시 은행을 통해 '대출'되면서
다른 사람의 '통장 잔액'으로 돈이 복사되는
신용창출이 가능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화폐의 지속적인 신규 발행은 불가피한 것인데,
미국이 확보할 수 있는 금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 제도는 처음부터 영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미국은 30년도 못버티고 금본위제 폐기를 선언(1971)하였고,
'종이쪼가리 달러'에 대한 불신은 또 다시 불거졌다.
그러자 미국은 이번엔 금 대신 '원유(석유)'를 들고 나왔다.
당시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량을 자랑하던
사우디와의 조약(1974)을 통해 모든 원유의 거래는
'달러'로만 가능하다는 기준을 세운 것이다.
과거에는 달러=금 이었다면, 이젠 달러=원유가(aka. 페트로달러 시스템) 된 것이다.
_이렇듯, 오늘날의 화폐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욕망과 필요의 교집합이 되는 어떠한 실물 재화(금, 원유)에 기대어
다른 모든 실물재화의 교환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어떤 화폐든 재화와 교환할 수 있는
능력에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 화폐의 가치는
당연히 '종이 쪼가리'로 추락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최근 몇몇의 사건과 분위기를 통해
미국의 OPEC에 대한 지배력이
시험받으면서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도입된 시기에 비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사우디 없이도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유지할 능력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우디와 미국이 원유 공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게 되고
페트로달러가 세계 원유거래의
절반만을 차지하게 된다면
달러의 지위는 지금의 것과는
사뭇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미-중 갈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블록화,
미국이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온쇼어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역세계화가 장기화되고 심화된다면
세계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_더구나 앞선 물가와 금리이야기에서 들여다본 것처럼,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지금 당장은
킹달러 갓달러를 만들고 있지만,
이것이 미국 경제 스스로에게 비용으로 누적되고
역세계화의 덫을 벗어나지 못해
이겨내지 못할 경기침체를 맞기라도 한다면,
언제까지고 킹달러고 갓달러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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