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민노당 학생위원회의 주관으로
'대학생 시국성명 발표'를 준비하는 것에
서명을 하고 모금에 동참한 일이 있습니다.
민노당 자체에 대한 큰 지지의 감정은 없지만,
시국선언문을 꼼꼼히 읽어본 후 밝힌,
그 시국선언문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였고,
모금은 '전폭적인'이란 수식의 표현이었습니다.
비권 학생회가 정착된지도 한참인 캠퍼스에
소위'소리통' 톤의 마이크소리가 울려퍼진 것도
참 오랫만에 보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캠퍼스는 지난 일주일 많은 것이 변하는 느낌입니다.
저처럼 근조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도 하나둘 늘었고,
식당에서 밥을 먹다 이야기를 해도
정치 이야기라면 (그것도 약간 진보적 느낌이라면)
생판모르는 옆사람 조차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던
광경은 오히려 생경한 것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노무현'에 대한 회고가 거리낌없이 터져나오고
시국에 대한 한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많은 사람이 '변화'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느끼는 '변화'의 모양과 크기는 다를지언정
'변화'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자리매김 한것은
개인적으로 장족의 발전이라 평가합니다.
그렇게 요즘 캠퍼스의 하루하루는 깊어지고 짙어지는 폭풍전야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시청에 찾아가고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억누르고,
맡은 바가 있어 근조 리본을 달고 아침을 나서면서
'오늘은 무언가 다르리라' 했는데.
날은 너무나 좋았고,
현장학습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구경온 어린 아가들.
맑은 날을 찾아 함께 놀러가는 무리들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가 지저귀고 햇살이 나뭇잎을 빛나도록 춤추게 합니다.
캠퍼스는 잔인하도록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TV를 통해 영결식과 노제를 뒤늦게 찾아 보면서
영결식의 자리와 내가 오늘 본 바깥의 광경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저 뜻있는 무리는 다 저곳에 있으리라 하는 생각만이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시청 앞에서는 경찰병력이 증강되고
시민들과의 대치형국이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가슴이 뜁니다.
지금 현재 시청 앞에는,
국민장을 치룬 당일의 모인 인파에게
'예정된 행사가 모두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우리에게 불법시위대로 보일 뿐이다'
라는 식의 메가폰 방송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 https://www.afreeca.com/web_search.htm?szSearchType=broad&szSearchValue=시청광장&szOrderCol=orderByCurrentViewCntDesc )
우리의 생각은 모두 온전할 수 없으니
많은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생각이 담긴 '민주주의'.
지금의 보수진영은 북한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피를 흘리며 나라를 지켰지만,
그 보수진영이 크게 득세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 서울 시청 앞마당에서는
'민주주의'를 인정하는 정부의 모습을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늘 국민의 이름으로 안녕의 인사를 받은 그 분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그 자리에 있지 못함이 죄스러울 뿐입니다.
'국민장'을 치루는 전 대통령의 분향소마저 시청 광장에 놓지 못하게하고,
조문의 행렬을 경찰버스로 통제함으로 MB식 대국민 소통의 방식을 보여준 현 정부.
어떠한 근원이 그 '안면몰수'의 자신감을 가능케 하는 것인지..
내일, 그리고 또 그 내일.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를 기대하는 날이 될겁니다.
그것이 시끄럽고 급진적인 것이든, 조용하고 완만한 것이든 어떤 것이든 말입니다.
또,
나는 변화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될 것인지,
내가 변화를 일으키는 주역이 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날들이 될겁니다.
지난 1주일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기대되는 내일, 또 그 내일입니다.
ps.
요즘에와서 느끼는 것은 지금의 득세하는 '보수진영'이
과거 그토록 피를 흘리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이 과연 민주주의였는지.
아니면 그들의 득세를 가능케하는 미국의존형 자본주의였는지.
진심으로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