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상 돈 이야기 (1) _ 옛날(?) 양적완화 이야기 ]
* 이야기에 앞서, 제 팔로어 중에는
저보다 이론적으로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뿐만 아니라
최전선에서 현업으로 부딪치고 계신 경제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 글은 매일 난립하는 경제 기사들을 보며, "저게 왜 저렇게 되지?" 정도의 의구심을 갖는
보통 사람들에게 현 상황을 조금은 더 쉽게 설명하고자
거친 수준의 거시적 관점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고렙 전문가분들은 넓은 아량으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_어떤 세상에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고,
100원씩을 갖고 있는 세 명의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그 물건의 '가격'은 얼마가 될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생명유지에 꼭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세 명의 사람이 이미 그 물건을 충분히 갖고 있을 수도 있고,
각자가 가진 물건을 소진하기 이전에
물건의 추가 공급이 이루어질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굳이 그 물건을 지금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만약 세 명 중 한명이 그 물건이 없어서
당장 죽을 지경이라면, 자신이 가진 100원 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명의 200원까지 모두 빌려와서
300원을 주고서라도 그 물건을 사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세상에 돈을 빌려주는 제도나 문화가 없다면, 그 물건의 가격은 (아마도) 최대 100원이 될 것이다.
이렇듯 가격이란 자산의 가치에만 연동 된 것이 아니라, 재화의 재고 및 수급상황(미래예측도 포함)과
시장에 풀려있는 통화(돈)의 양에 따라
시시각각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_최근의 최소 20년, 최대 40년 가까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대부분의
국가는 고물가를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물가가 오른다고 한다. 왜?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중반
경제학시간에 배운 물가와
정부의 대처 간의 관계는 매우 심플했다.
(일부만 적자면) 물가가 오른다는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증가해서 그런 것이다.
그럴땐 금리를 올려서 시중에 풀린 돈이
은행에 묶이도록 하면 된다.
물가가 떨어진다는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줄어서 그런 것이다.
그럴땐 금리를 내려서 시중에
돈을 더 풀어주면 해결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이 이론이
실제로도 어느정도 들어 맞았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물가가 이어지고 경제가 침체되는데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물가가 오르질 않았고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기도 힘들어졌다.
오히려 시중 물가는 그대로인데
부동산이나 신용자산의 가격만 오르고 내릴 뿐이었다.
_그러다 이자율이 0%가 되었는데도
비슷한 상태가 계속 발생했다.
국가는 더 이상 금리를 이용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물가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2000년대 후반즈음에
기축통화국들 사이에서 개발된 방법이 '양적완화(QE)'다.
기존에는 금리를 이용해서
시장이 필요하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었다면, 양적완화는 화폐발행주체(국가)가
신규 화폐를 발권해서 시장의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통화량을
강제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대부분 신용자산을 매입하는데 사용되었고,
현대의 금융산업이 다루는 대부분의 신용자산들은
실물자산 또는 다른 신용자산을 (1배~여러배로 바꾼 뒤)
아주 작은단위로 쪼갠 권리증서(종이쪼가리)여서
실물 경제와의 연결고리가 약한 편인데, (물론 QE는 파생상품보다는 나은
채권같은 것에 투입되었으나
이후 그 돈이 흘러가는 경로가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장에 돈을 풀
방법이 없었기에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써온 것이다.
(심지어 이 방법을 처음으로 정책화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버냉키는 최근에 노벨경제학상까지 탔다.
물론 노벨위원회는 그것 때문에
상을 준건 아니라고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극약처방으로 인해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돈이 돌고, 그로 인해 멀찌감치 경제가 활성화되는
단초가 되기는 하였으나, 물가는 영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중의 돈의 양이 늘어나면 분명히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물가는 도대체 왜 안오르는 것인가?
이유가 어쨌든 아무튼 물가는 안오르니까, 경제가 조금만 답답해지면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들은
앞다퉈 양적완화(QE)를 시전했다.
이게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같지만
몇년전까지 우리가 살던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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