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명박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다는 보도자료가 모든 주요 일간지 신문을 뒤덮은 일이 있다. 평소 보수진영을 공격하는 유명 신문들에서 마저도 40%가 넘는 지지율이 나왔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니,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 이것을 믿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드는건 필자가 너무 '편파적'이기 때문인 것일까.
이명박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던 시절에 이슈들이 무엇인가? '쇠고기'가 아니다. 쇠고기로 촉발된 '인권'이 문제였고,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문제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며 내걸었던 타이틀 '경제대통령'. 그렇다면 '경제분야'는 어떠한가? 이대통령의 첫번째 경제 오른팔 '강만수'는 말도안되는 환율개입과 물가조절전략으로 몇달안가 내쳐졌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팀이 꾸려졌으나 '큰 이슈거리'를 만들지 않을 뿐, 경제에 대한 기조는 캐다다와의 소고기 협상/EU와의 FTA협상과정들을 지켜보건대 강만수시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은듯하다. 그 외에도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항들이었던 4대강살리기(언제부터 대운하 사업이 4대강이란 이름으로 고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와 감세+재정지출확대(하지만 보건의료/복지예산은 오히려 삭감) 정책, 인천공항 매각 등의 문제들은 어찌되었나?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들의 원하는대로 토시하나 빼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종시 이전과 관련하여 '경제'니 '학문'이니 좋은 단어들은 다 갖다붙이고 있지만, 청와대가 세종시에 가져다붙이는 단어들에 대한 실효 검증은 전무한 채로 그 단어가 가진 사회의 보편적인 도그마가 검증없이 붙어있는 실정이다. 과연 세종시가 '경제적'인지, 과연 '학문적'인지 그 효용에 대한 검증은 없이 그저 '그 분'들이 갖다붙이면 그러려니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거대한 중대사들이 두세사람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쑥덕쑥덕, 옳지옳지 하는 방법으로 일사천리 길을 걷고 있는데, 국민들은 그저 '지난 어제 국민들이 경찰에게 두드려맞던 광경이라도 사라진 지금은 잘하는 것이지'라는 말도 안되는 발상의 무관심으로 '지지율 40%'를 선물해주고 있다.
아니,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길래?
갑갑한 날들이 흘러가고 있다. 국회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당중심, 청와대 중심의 법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그들의 법개정이 그들의 생각대로 쉽게 될 수 있도록 입법의 '절차'에 대한 법개정도 큰 고민없이, 자세한 검증없이, 사회적 논의 없이 다량 이루어지고 있다. '독재국가가 되는 것인가'라는 말이 농담처럼 흘러나왔지만, SF영화의 로보트가 실물이 되어 눈앞에서 걸어다니듯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어찌 이런상황에 지지율 40%라는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이 많은 문제들을 쉬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지만, 이건 '국민성의 치명적인 하자'말고는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국가는 '민주주의'국가이다. 정치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정치적 구성원'이어야 하는 국가란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서 '정치적 아이덴티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역시 오랜 기간 단일 리더쉽과 단일 권력계보를 유지해온 정부의 기조가 교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것이겠지만, 레드 컴플렉스에는 스프링 튀어오르듯 반응하는 강력한 정치적 아이덴티티의 소유자들이 정작 자신의 피부에 와닿는 현실정치에 이토록 무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승만 퇴진운동, 광주민주화운동. 그 운동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이 민주주의를 누리고 살 수 있을까- 혹시라도 저 운동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의 시대는 얼마나 어두울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그 민주화의 뿌리들. 하지만 그 '시대'가 그 당시의 사람들을 '더 나은 개혁의 주역'으로 만들어 준것이 아니다. '그 들'이 그 시대를 '개혁의 시대'로 만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 치열한 민주화 운동의 시대보다 정말 나은 것인지. 우리 함께 고민해보자.
2009. 12. 14.
Gyoo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