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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Critique

[ 공감능력은 지능순 :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부쳐 ]

 

1.

의사이고 변호사이고

좋은 대학나왔다는 것이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에 대한

당연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 라이센스가 없는 사람들은

진료와 처방을 하지 못하게 하고,

법원에 의견서 한장 낼 수 없게하는,

사회적 합의(양해)와 그에 따른 법적 보호가 있기에

그만한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같은 노력으로 같은 지식을

습득했다한들 사회적 합의와 법적 보호가 없다면

어찌 같은 수준의 소득과 지위가 보장되겠는가 말이다.

 

 

2.

애꿎은 의사와 변호사를 도마에 올렸지만,

(이 시대에 가장 자기실력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받는 사람들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이 전문직이니 예를 든것일 뿐,)

 

그만큼 세상살이라는 게 결코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거나 성취하는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이 힘이라지만,

제 아무리 개인의 돈이 많아봐야

사유재산을 공동의 세금으로 보호하는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가 없다면

돈이 무어일랑가.

 

그저 종이조각이 될 뿐이다.

 

 

3.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근간하는

현대 경제학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한 이래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주름잡아온

메인스트림의 경제학은, 최대한 시장에 법적인 제약을 적게하고

개개인의 이기심이 최대한 자유롭게 발휘되게 할 수록

최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그 결과 전 지구를 거의 다 집어 삼키고

또 우리 개개인의 인생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공동체 해체와 개인주의 확대'에 적지않은 기여를 해왔다.

 

 

4.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공동체 해체와 개인주의의 확대는

더욱 더 세심하고 복잡한

법제도와 사회적 보장을 요구한다.

 

분쟁은 첨예해지고 법리는 예리해진다.

그러한 법제도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며

공동체가 갖는 궁극의 기능인 것은 망각한 채,

오늘날의 사람들은 땅에서 솟은 듯 하늘에서 난 듯

개인의 권리만을 외친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법과 제도에게 말이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5.

제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돈이 많고 힘이 쎄 봐야

공동체의 양해와 보호없이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치안, 소방, 도로, 수도, 가스, 전기, 공교육, 의료보험 없는

삶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길도 없는 산길을 다니며

강도나 산짐승을 만나는 것은 일상일 것이고

나에게 조금이라도 잉여 사유물이 생길라치면

나보다 조금 더 힘쎄거나 영리한 생명체에게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이자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그것 뿐인가? 서로가 자기 사유물을 빼앗기지 않고

자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각자도생하느라

쓰지않아도 될 시간과 에너지를 수도 없이 써야할 것이고,

그것을 넘어서 남의 것을 더 많이 빼앗기 위해

갖은 싸움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탓에

정작 서로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게 될 것이다.

 

 

6.

요컨대, '공동체'는 비겁하고 용기가 없고 힘없는 자들이

개발해 낸 치졸한 생존전략이 아니라,

비효용을 제거하고 모두의 효율을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불확실성까지 제거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적 발명품'이다.

(자유주의 신봉자가 들으면 자다가 깰 말이지만 사실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적으로 갖춰야할 소양이 있다.

 

바로 '공감능력'이다.

공감할 수 있어야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옳고 바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을 낼 수 있다.

공감할 수 있어야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총합이 더 클때

기꺼이 내 손해를 감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자선도 봉사도 아니다.

특정사안에 대해 내가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크게 보았을때 이 공동체가 나에게 주는

이득이 훨씬 크기에 당연히 감수하는 것 뿐이다.

 

심지어 해당사안에 대해서도

지금당장은 내가 손해일지라도

내가 그 약자의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르는

언젠가의 미래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것이기도 하다.

 

 

7.

그러니 기초적인 공감능력을 탑재하고

공동체에 기꺼이 참여하며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자기의 진짜 이득이

무엇인지를 가늠할줄 아는

'제대로된 지능'을 갖추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편, 공동체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지는 않으면서도

공동체가 공동의 자산으로 제공하는

개인의 권익만큼은 확실히 보장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애초의 공동체 존재이유인

효율극대화와 불확실성제거를 방해하는 요인이므로

공동체에서 퇴출하는 것이 이득이다.

 

공감할 줄 모르는 자,

공동체의 배당도 받지 말라!

 

 

 

#세월호이야기그만하자는사람들을보고생각이많아져서그만 #뻔한이야기또길게써서죄송 #세월호를여전히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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