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공동 보도문에 대한 논평 : 준전시상태 그리고 524조치 ]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통틀어 유일하게
믿을만한 인물로 여겨지는 '김관진' 실장(전 국방부장관)은
역시 예상대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김관진이었기에 그나마
쉽지 않은 회담에서 '죽쑤는 사태'를 방지하였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들과 회담의
결과만 두고 보자면 북한의 승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010년이래 이런 저런 구실을 들어가며
'북한의 전면적인 비핵화 선언'이 아니면
북한과는 절대 교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세로 '524조치'기조를 유지해왔다.
경제,외교적인 고립조치인 524조치가
그동안 북한에게 여러방면으로
장애물이 되어 왔던 것에 비추어볼 때,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이래
굳게 닫혀있던 소통 채널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교류 확대의 기회도 얻었다.
무엇보다도 북핵해제에 관한
어떠한 선언이나 양보도 없이
자연스레 524조치를 해제시킨 꼴이 된 것이다.
우리의 확성기방송이나 북측의 준전시상황은
이번 상황 속에서만 발생했을 뿐 처음엔 없던 것이니,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해 소비된 도구일 뿐이다.
이산가족 상봉이야, 우리가 524조치를
해제하겠다고만 하면 언제든 가능한 것이었으니
얻은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북측의 준전시상황은 애초에
정말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닌
'협상'을 위한 떡밥이었음이 처음부터 너무 명료했다.
세상에 어느 누가 48시간이나 시간을 주며
'나 너에게 쳐들어갈테니 단단히 준비해라'라고
말하며 쳐들어간단 말인가.
(준전시상태란 원래 방어하는 측이 쓰는 말이지,
쳐들어가는 측이 쓰는 말이 아니지 않는가.)
결국 이명박-박근혜의 5년에 걸친
'유일무이한 대북정책'이었던 524조치는
결국 얻은 것 없이 국민들에게
'전지상황 불안감'만 안겨준 채 후퇴한 모양이 되었다.
전략이 없는, 미래를 내다보줄 모르는
외교정책은 이렇게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정부에게 '정치적 철학'이란 것이 있는 것인지,
'전략'이란 것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