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모를 돈이 입금 되었다 ]
어제 밤, 별안간 이유모를 돈이 입금되었다.
한참동안이나 입금내역을 뒤져보며
받을 돈이 있나 고민해봤지만 떠오르는게 없었다.
ㅇㅇㅇ집세라는 입금자명.
나도 전세사는 마당에
집세가 들어올리 없다.
내가 모르는 사이 집주인이 되었는데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건 아닐까?
20초 정도 공상을 하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다시 들여다봤다.
집세라는 이름이 붙은 13만원이란
액수가 눈에 들어왔다.
모르는 사람인데다
한참은 넘겨짚은 것에 불과하지만
마음이 아려왔다.
분명 중요한 돈일테다.
인터넷에서 잘못입금받은 돈
돌려주는 법을 한참동안이나
폭풍검색했다.
하지만 잘못입금한 돈 돌려받는 법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있을 뿐
돌려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입금한 사람은 많은데
입금받은 사람은 다 어디간걸까.
별 소득 없이 뒤척이는 밤을 보냈다.
출근길 운전을 하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계좌를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데 보낼 것을
잘못보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 즉시, 중고거래를 하며
내게 입금했던 분들의
내역을 뒤졌다.
그리고 과연 ㅇㅇㅇ와
같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입금시기의
통화내역과 중고마켓 어플
채팅기록을 뒤져
그 분을 찾아냈다.
그래. 그 분이었다.
만오천원짜리 물걸레 청소기를
사려고 우리집 앞까지 걸어오셨던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
내가 현금을 받을지 입금을 받을지 몰라
현금인출을 해오느라 먼 길 돌아오셨다던,
입금해달라 부탁드리니
'제가 요즘엔 휴대폰으로도
입금을 할줄 알아요'라며 기세등등하게
입금을 해주시던 바로 그 할아버지셨다.
연세가 지긋해보이심에도
한참이나 어린 내게
말한마디 빠짐없이 존댓말을 사용하시고,
돌아가실땐 먼 길까지
자기 키만한 물걸레를 들고
천천히 걸어서 돌아가시던 모습.
난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정감가고
또 멋져보여 한참이나 바라봤더랬다.
확인하자마자 메세지를 드리고
돈을 돌려드렸다.
왠지 오늘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다 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