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둥이 초보아빠 비망록 ]
하율이와 하온이가 태어난지 58일째.
조리원을 퇴소하고 쌍둥이 육아를
시작한지는 41일째 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겪고 또 배우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1.
저는 이해력과 논리력에 바탕한
인내력과 설득력이 재산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모든 욕구와 결핍과 고통을
울음하나로 표현하는 아기들 앞에서
제가 자신만만해하던 능력들은
어린아이들 놀이용 가짜돈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이유를 찾는 것에 실패한 아가의 울음이 그치질 않고
또 그런 울음이 두 아기로부터 동시에 이어지길
하루에도 밤낮없이 수차례씩 매일같이 겪다보면,
제 하찮은 인간성과 하릴없이 얕은 인내심의 바닥을
확인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렇게
부모님의 무조건적이고 한없는 헌신없이는
자랄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면,
부모님 앞에서 항상 제 스스로 자란 척
세상 이치 다 아는척 해왔던 것들이 떠올라
한 없이 부끄러워집니다.
게 중 가장 힘든일은
이렇게 체력과 멘탈을 바스러트리는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기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는 길은 좀 오래걸어도 걸을만하지만
초행길은 짧더라도 목적지에 닿기까진
끝을 모르고 걸어야해서 더 힘든 법이니 말입니다.
2.
물론 조금씩 나아지는 것,
희망적인 것들도 있습니다.
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동안
큰 맘먹고 시작한 수면교육이
조금 효과를 보기 시작해서,
아기들을 잠재우는 시간이 많이 줄고
새벽에 쭉 잠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생후 60일도 안된 아기들이
이만큼이나 따라와주는 건
쉽지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수유량과 시간대를 하나하나
기록하며 추세를 확인하고
분유를 몇가지 바꿔 보며 먹이기에 힘을 썼더니
쌍둥이로 왜소하게 태어난
두 아기들의 성장 속도가
단태아의 정상 범주에 까지 들었다는
소아과 선생님의 칭찬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쌍둥이들은 원래
잔병치레가 많은 편인데
하율이와 하온이는 눈에 띄는
건강상의 문제 없이 잘 지내 주고 있는것이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하율이는 외할아버지와 엄마를
하온이는 할아버지와 아빠를 닮았답니다.
새삼 유전자의 힘을 느끼며,
온유와 저도 이렇게나 예쁜 사람이었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하.
3.
특히 온유의 고생과 희생이 정말 큽니다.
출근하는 저를 위해 새벽반을 도맡은 온유는
매일같이 피곤과 싸우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아기들을 매일 목욕시키고
제가 멘탈이 바스러져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 때에도
끝까지 아기들을 먼저 생각하고
한번 더 끌어 안는 것은 항상 온유입니다.
엄마는 정말 위대합니다.
이런 온유를 위해
제가 퇴근후 아기들을 돌보면서
온유가 저녁시간 잠시라도 더 눈을 붙이게하고
매일 외출(산책)을 다녀오게 하고
주말엔 카페도 다녀오게 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강행군을 버텨내는 것은
저의 조력과 배려가 아니라
오롯이 온유의 정신력과 책임감 때문임을 압니다.
4.
이렇게 밑빠진 독에 물 채우는 역할을 맡은듯
무한대의 책임감에 몸서리 치고 있는 온유와 저는,
기쁨이 백야의 신기루처럼 휘발하는
고통의 사막 위를 걷듯,
전쟁같은 날들을 손가락 세어가며
잊지못할 전우애를 쌓고 있습니다.
이 야전 막사 생활같은 시기를 지나
아끼는 사람들과 아기들이 함께 둘러 앉아
이 시기의 추억들을 즐겁게 늘어놓는 시절이
하루바삐 도래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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