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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벤처 창업, 공기업 입사까지…"장애 핸디캡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남동발전 신입사원 박재훈 씨


소아암으로 하반신 半마비, 굴하지 않고 공부 또 공부…

서울대 벤처 '트램스' 창업, 스마트폰 앱 수십만건 다운

필기시험은 테샛으로 준비, 경제·철학 통찰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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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도들이 IT(정보기술)벤처 창업이라니….’


완전 코미디였다. 2년 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지역 소상공인도 공존할 수 있는 마케팅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정의감으로 뭉친 3명의 경제학도가 머리를 맞댔다. 3~4개월간 허름한 사무실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새우잠을 자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이들의 열정에 감동했는지 컴퓨터공학과 후배도 개발자로 동참했다. 온라인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연동시킨 위치기반 소셜커머스 ‘포닝’은 그렇게 탄생했다. 서비스 개시 후 어느 식당 주인에게 감사 전화가 왔다. “전단지를 뿌리지 않았는데도 단골이 수십명으로 늘었어~ 고맙네. 고마워.” 


입소문을 탄 벤처기업의 성장은 무서웠다. 수십만건의 앱 다운로드, 직원도 12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벤처 삼총사 ‘트램스(TRAMS·SMART 철자를 거꾸로 한 것, ‘역발상하는 스마트인’이란 뜻)’의 이야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벤처기업의 중심엔 지체장애 2급의 ‘아이디어 뱅커’가 있었다. 그의 구체적인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 보여준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동료들은 감탄했다. 


하지만 왼발에는 보조기를, 오른발엔 의족을 착용하고 날마다 절뚝거리며 회사와 집을 오간 지 1년 반. 체력에 한계가 왔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한창 성장 중인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 그는 이 사업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를 배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 시작 전에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 생겼다. ‘이 일이 과연 어디에 필요한 것일까, 이 일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트램스’ 창업 멤버에서 남동발전 신입직원으로 변신한 박재훈 씨(28·계약자재팀)를 만나기 위해 지난주 월요일 서울 삼성동 글래스타워에 입주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남동발전 본사를 찾았다. 그날은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치솟아 예비전력이 300만㎾ 아래로 떨어진 날이었다. 17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앞이 컴컴했다. ‘모두 휴가를 떠났나’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어둠 속에서도 PC에 가까이 얼굴을 대고 일하고 있었다. 절전의 솔선수범. 발전 전문 회사다웠다. 안영대 홍보팀장은 “전력수급 경보가 ‘주의’ 단계로 올라간 뒤 강제 소등됐다”며 “입사 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 


다. 인터뷰를 위한 회의실 한 곳만 불을 켰다. 어둠 속 한줄기 빛을 타고 박씨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남동발전 입사 후에 친구들이 그래요. ‘물 쓰듯 써온 전기를 이젠 돈 아껴쓰듯 하게 됐다’며…. 마치 제가 ‘절전 전도사’가 된 기분이라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2시간의 인터뷰가 짧았다. 박씨에겐 장애의 그늘이 없었다. 몸은 약간 불편해 보였지만 마음과 정신은 건강한 속 깊은 청년이었다. 


◆소아암·가난 딛고 서울대 입학


고2 때 처음 본 모의고사는 6등급. 매달 급식비·우윳값도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기에 학원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런 아들을 항상 격려했다. “재훈아, 넌 마음만 먹으면 다른 애들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자라면서 혼자 책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박씨는 교회 목사와 상담하던 중 공부해야 할 의미를 찾았다. 철학, 종교학을 연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대학에 가야 되는구나.’ 그때부터 다시 책을 잡았다. 삶의 비전을 발견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학원 대신 집에서 동영상 강의로 밤낮없이 공부했다. 처음엔 건국대를 목표로 했지만 성적이 오르자 한양대, 연세대로 목표를 수정한 뒤 마침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최고의 공부 비법은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것입니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소아암진단을 받은 박씨는 1주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기쁨도 잠시…. 수술 후유증 탓인지 하반신 감각이 없는 반마비 장애가 왔다. 신앙의 힘으로 죽음의 문턱을 건넌 박씨는 장애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 


중학교 3학년, 제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었지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영화 한번 못 본 것이 안타까워 종로에서 영화 이벤트를 마련했다. 10대 장애아동 60여명이 뒤뚱거리며 뇌성마비 친구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한쪽은 목발을 짚으면서 서로 돕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본 뒤 단체로 중국집에서 짜장면도 먹었다. 정말 기뻤다. 이 경험은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어요. 장애인은 그 도움받을 영역이 조금 더 눈에 띌 뿐입니다. 장애인의 불편함은 신체 결함보다는 사회가 아직 해소하지 못한 특정 집단의 불편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 입학은 박씨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대학교에서 존경하는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복을 얻은 것. “집안 형편으로 끼니도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있었죠. 그때 친구들이 돌아가며 제 밥값을 기꺼이 책임졌어요.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일이죠.” 그는 또 대학 생활 중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K, 다음, 롯데월드 등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배웠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지만 마케팅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임을 알게 됐어요.” 


◆“삶을 이끄는 원동력은 동기다.”


박씨는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창업 기업을 나왔다. 아픈 몸을 위해 지금껏 뒷바라지만 하셨던 부모님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취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내 가치관에 맞고 사회의 공익을 위하는 직장을 찾기로 했다. 때마침 에너지 공기업인 남동발전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접했다. “돈보다 사람을 위해 일하는 곳으로 가자. 내 오너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난 국민을 위해 일한다.”


오랜 사회 생활로 공기업 입사 필기시험이 쉽지 않았겠다고 물었다. 그는 “지엽적인 지식보다 거시적인 전력산업구조와 현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했어요. 입사 후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는 직원이 아니라 회사의 거시적인 구조를 이해해 없어서는 안 될 유기적인 직원이 되고 싶었죠.” 필기시험은 시간이 없었기에 테샛 기출문제로 준비했다. “경제 철학이 녹아 있는 테샛 문제가 통찰을 요하는 필기시험에 적중했어요. 운이 좋았죠.” 


어린시절 아픈 다리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다. 덕분에 어린 나이부터 혼자서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가난을 겪으며 자랐기에 물질적 풍족함을 누리지 못했지만 돈의 가치를 배우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체득했다. 오히려 가난하고 아팠기에 자유시장경제와 복지민주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게 됐다. “나의 핸디캡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남모를 많은 아픔과 괴로움을 어찌 알 수 있을까. 박씨에게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태어나고 싶냐고 묻자 부모님을 이야기 했다. “저를 만든 것의 8할은 부모님의 눈물입니다. 제 뒷바라지를 하면서 흘린 눈물을 닦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신체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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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한국경제신문 Job&Story 2012년 11월 1일, 연재기사 #1 file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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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밀알연합 2009년 대표장학생 file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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