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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Sentiment

연극 * 오빠가 돌아왔다

Gyool 2007.07.26 23:06 조회 수 : 6818

 

작품성 : ★★★☆
구성미 : ★★★
참신함 : ★★★
총합점 : ★★★☆

대학로 소극장 아리랑 2008. 07. 25. 金. pm 08:00

  원작의 작가 '김영하'의 명성에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찾아간 공연. 사실 소극장 '아리랑'의 첫인상은 내 기대를 많이 깎아내렸다. 대기소가 없는 이유로 현관에서 표끊는 사람들, 표끊어주는 사람들과 어색하도록 서성거려야 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 2층까지 내려가는 좁은 길엔 그 흔한 엘리베이터 하나 없었다. 하지만 공연장 자체는 깔끔하고 아담하니 소극장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고있었다. (다만, 의자가 장의자라 한명이 들썩거리면 같은의자에 앉은 모든이가 진동을 공감해야 한다는 점만 빼고.) 또, 여느 소극장과는 달리 코딱지만한 관객석에 뭘 안내까지 해주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자리 안내 서비스는, 별것 아니지만 현관에서 서성이던 불쾌함을 어느정도 가시게 해주었다.
  공연시작하기전 으레 관계자가 나와서 핸드폰을 꺼달라, 앞자리 의자는 차지말아달라, 음식은 먹지 말라. 뭐 이런 공지를 하기 마련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그런 오프닝이 다른 연극과는 조금 차별되어있었다. 극내 연기자가 연기의 연장선으로 코믹하게 오프닝을 치룬다. 이런 신선한 방식이 여느 극 오프닝보다 관객에게 좋은 효과/호응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게다가 오프닝중 작은 이벤트는 관객으로하여금 공연시작 전에 무대로 마음을 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두 연기자가 오프닝을 마치고 무대를 빠져나간다. 이내 무대가 검어지고 야광의 포인트들만이 시선을 간지럽힌다. 무대에 볕이 들고, 오프닝을 했던 수염많은 아저씨와 한 여중생이 벽에 걸린 작은 교복과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오빠'가 등장한다. '오빠'는 그야말로 이 극의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발단의 역할을 하는 인물. 그가 등장함으로 경선이네 가족의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를 간략히 추리자면, 이제는 술주정뱅이인 왕년의 프로야구 선수 '아빠'와 왕년의 야구 치어리더 '엄마'. 두 부모의 5년째 별거 생활 속에서 4년 전에 아빠한테 맞다 지쳐 집을 나간 '오빠'가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빠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게 된 오빠의 등장으로 집안의 군사적 평화가 유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오빠'가 돌아온 그 이후 경선이네 가족의 인물간 역학과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그 소설을 블랙코미디로 재구성한 코미디 연극이다. 극의 연출은 암울하고 부정적인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배우들의 연기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극'다운 구성과 연기, 관객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연기, 1시간 40분의 시간동안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기승전결을 모두 내포하는 연기.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만, 시대의 대세가 탈가부장적인 흐름을 타는 요즘에 이 내용은 사실상 많은 사람에게 생경스런 이야기이다. 때문에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 이 극이 얼마나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좀 미지수이다. 그도 그럴것이, 경험이 없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드라마'에나 나오는 옛날 가부장적 이야기를 좀 더 극화시키고 과장시킨 이야기 정도라고 느끼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극의 연출이 코미디성을 띄고 있기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점은 작품의 작품성을 논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라고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어린시절 겪은 일들이 너무 많이 떠올라 공연 내내 머릿속이 북적대고 시끄러웠을 만큼 심히 공감되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또한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현실성은 있어 보이지만, 아버지의 본질적인 변화이기보다 결국 '힘'의 제압아니고선 별다른 해결법이 제시되지 않아, 어두운 시대상을 표현한 내용에 있어 조금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난 맨 앞좌석에 앉아서 봤는데 소극장이라서 앞자리에 앉을 수록 그 현장감과 박진감이 배를 이룬다. 더구나 이 공연장(소극장 아리랑)은 무대의 높이가 맨 앞자리에 앉을 경우 무릎 높이 정도에 무대가 있어서 정말 실감나게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연극치고 중저가 수준의 가격에 극적 내용, 연기 수준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오빠가 돌아왔다'. 엄청난 대작은 아니었지만, 작은 작품- 그만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던 연극.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잘 살려 관객과 호흡하고 함께 하려는 작은 시도들이 관객에게 생각보다 기분좋았던 '오빠가 돌아왔다'. 간만에 괜찮은 연극이었다.

2007. 7. 26.
Gyool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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