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날을 쎄운 언 바람이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베어간다.
눈 길 위에 하얗게 뿌리박은 나무의 가지는
설원의 추위를 도망쳐 달아나다 얼어붙은
빛줄기처럼 아찔하게 뻗었다.
소름끼치도록 내 삶을 쏙 빼닮은 나무는
언젠가 도끼에 크게 찍힌듯한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다.
과거 어느 시점엔가 감당해야했을 불가항력의 고통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그 상처에 손을 대면,
까마득한 비명소리가 손끝을 타고
과거로부터 흘러들어 지금의 고막을 울린다.
콧잔등이 시큰하다, 거울을 보자.
거울에 비친 내 눈에는 기억들이 찰랑이고
이따금 흐르며 구석구석 파아-랗게 얼어있다.
눈더둥을 검지로 더듬어
기억의 광장 한가운데로 나를 내던진다.
내 어깨를 치고 지나는 사람들과
나를 안아주고 지나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포개어지고,
나는 혼을 잃고 주저앉아 지난 시간을 센다.
{ deus ex machina }
내 어깨에 가만히 귀를 대고 있는
예수의 눈물이 내 몸 위를 흐르며
단단하게 언 몸과 기억들을 녹인다.
이생의 삶이란 무엇인가.
내게 주어진 것 어느하나
내 능력만으로 일군 것 없으나,
가지지 못한 것을 괴로워하는데 온 마음이 팔려
가진 것을 모두 흘려보내고 마는 것.
감사의 제목이 만나manna가 되어 내리는
내 삶生의 걸음을 씻은 눈으로 다시 돌아보자.
가시밭인 줄 알았던 어두운 걸음 길이 꽃길로 드러나고
지난 상처는 굳은 살이 되어 단단한 삶의 이력이 되리라.
GyoolGoon.
2009.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