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1. 20. 화. pm 7:30
대학로 낙산씨어터
Freeco(https://www.freeco.co.kr) 라는 영화·공연 전문 시사인단에 1년짜리 전문시사인으로 가입한 이 후, 그 첫 작품으로 감상하게 된 연극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Freeco의 규정 상 공연 시작 30분 이전에 티케팅을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아 2달간 시사인 자격을 빼앗기기 때문에 일찌감치 공연장으로 출발하였다. 공연시간은 7시 30분. 하지만 나는 6시에 출발하였음에도 경찰과 언론사 차량들로 가득한 용산을 지나가게 된 바람에 7시가 다 되어서야 공연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용산에서 철거민 시위 도중 6명이 사망한 대사건이 터진 날이었다.) 티케팅을 한 시간은 정확히 7시 00분. 티케팅을 하고서도 저녁을 먹지 못한 탓에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녹이고, 코로 먹는 둥 귀로 먹는 둥 식사를 마치고나니 7시 27분. 그제서야 발견한 티켓의 문구, "공연 시작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나는 라면이 식도를 체 지나 내려가기도 전에 눈썹을 날리며 공연장까지 달려야 했다. 공연장에 도착하고나니 다행스럽게도 티케팅 해주시는 분이 계단을 올라오고 계시던 찰나, 가까스로 티케팅을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장은 대학로의 낙산 씨어터였는데, 굉장히 작은 규모였다. 무대는 한 가정의 거실을 꾸며놓은 듯 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10명도의 관객이 무대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윽고 티케팅 해주신 분이 등장해서 핸드폰을 꺼달라,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 등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들어간다.
큰 소리의 음악이 무대에 들어찬 조명을 밀어내며 무대를 매운다. 음악이 한소절을 마칠 즈음 강한 비트에 발맞춰 핀조명이 벽 한복판에 꽂힌다. 예수그리스도의 그림이 들어있는 작은 액자다. 다시 비트에 맞춰 조명은 눈을 감고, 잠시후 빵과 커피를 든 가정부 차림의 여자가 조명과 소음을 몰고 들어온다.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입담으로 시끄럽게 무대를 장악하던 가정부가 퇴장하고, 이내 씨니컬한 표정의 아름다운 사모가 등장한다. 극의 초반은 막대한 유산가인 부인과 노골적으로 그 돈을 노리는 노름꾼 남편, 이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한동안 어둡고 무겁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인물들의 개입으로 극은 유연해지고 코믹해진다. 극을 지배하는 코드는 '절망', '기회', '계획', '실패', '살인', '반전', 그리고 또 '무엇'.
안타깝게도 관객들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온 클라이막스와 평면적인 결말에 일찌감치 실망한다. 하지만 극은 그 때에 가서야 비장의 '무엇'을 내어 놓는다. 그리고 그 '무엇'은 답답하고 찜찜했던 돌맹이 같은 극을 5분 사이에 보석으로 변모시킨다. 마치 막과 막사이 순식간에 드레스를 갈아입고 등장한 여주인공처럼.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그 '무엇'의 힌트가 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극은 적절한 코믹, 괜찮은 구성, 상당한 반전을 담고 있다. 적은 관객 앞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연기, 5년을 이어온 장기공연의 이유를 입증시키는 탄탄한 플롯, 적절한 무게감과 적절한 코미디. 1시간 반을 조금 넘기는 러닝타임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이 가득하다. 스토리의 논리에 있어서 약간의 빈구석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은 공연이라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저렴한 가격(일반 2만원, 대학생 이하 만5천원)에 이 정도 구성의 극이라면 주말 애인과 극장을 찾는 것 보다 훨씬 괜찮은 데이트코스가 되지 않을까. 극을 마친 이후 전 등장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기억에 남는 서비스였다. 특히나 카메라가 없는 관객을 위해 극단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주고 자신들의 클럽(https://club.cyworld.com/playrun)에 사진을 올려주는 배려는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이 기분좋은 미소를 입에 담고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저도 연극 참 좋아하는데 (^^) 요즘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자주 못가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