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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Sentiment



https://pam.chosun.com
2011년 3월 1일까지 전시, 성인 11000원.
[ 2011 02 13. Lord, 덕수궁 미술관 ]





주일 오후의 덕수궁 미술관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꼼꼼히 읽고 가지 않은 죄로
당일 변경된 도슨트 타임을 놓쳐
오디오 가이드로 만족해야 했던 피카소와 모던아트.


하지만,
20세기의 서양 근현대 미술의 중심을 이루는 39명의 작가, 121개의 작품.
덕수궁 미술관에서 진행된 '피카소와 모던아트'를 수식하는 말은
아무리 작게 표현하려고 해도 그 화려함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피카소와 모던아트 展은
최근 필자가 관람했던 예술 전시회들과는 약간 관람 포인트가 달랐다.


샤갈전, 훈데르트바서전 등 1人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가의 고민과 사상, 신변잡기 등
삶의 발자욱들을 함께 밟아 나갈 수 있도록 해서
작가의 인생을 나름 깊숙히 읽고, 붓터치 하나에도 담긴
작가의 감정을 공감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다양한 사조의 다양한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이 전시회는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역사 속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호소력있는 표현을 가능토록 했는지를
거시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20세기'는
지난 수십세기의 역사를 압축해놓은 것보다도
더 역동적이라 일컫어지는 '변화'의 시기이다.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경제적 발전,
세계전쟁, 세계의 통합, 사상과 가치의 혼돈 등
이 모든 것이 한 시대에 얽히고 설켜있는 20세기는
인간 보편의 삶과 감성에도, 또 그것을 표현하는 예술에도
수많은 변화와 혼돈을 초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상은 이 전시회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삶과 작품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짧은 시기의 차이를 두고도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대립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진보 또한 이내
'진부한 보수'라 비판받으며 할아버지 양말 취급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기술적 변화가
감성의 지평을 초월하는 기법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며,
간혹 표현내용과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보다도
'기법의 변화'가 더 큰 화두로 대두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전시를 통해
주목할 만한 점은 따로있다.

그것은 바로,
수많은 작가들이 인생을 쏟아 '새로운 것'을
목놓아 부르짖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이 걸어온 길을 한눈에 정리하여 보건대
궁극적으로 어느 누구도 역사적 정반합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의 묘사가 극에 다달았을때,
시대를 이끄는 예술의 사조는 추상과 감성에 치중되었으며,
추상과 감성이 극에 다달았을때,
그들은 또 다시 실존을 이미지화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정반합의 발전 구도는
어떠한 '새로운 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비판하는 '과거'의 존재 없이는
가능하지 못했으리라는 모순적인 해답을 내어놓는다.





예술은 문화의 아이콘이며,
문화는 정치와 경제, 기술을 종합하는 삶의 양식이다.

그러한 면에서 예술의 정반합적인 발전양태는
우리가 진보와 보수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종종 '진보'니 '보수'니 하는 거대한 구조 속에
자신을 규정하는 것에 급급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논쟁으로 인해
얼마나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하며 도전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말과 글로 시대를 파악하고,
대화와 논쟁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정리하며 정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사고가 갖는 가장 큰 맹점은
그 정의가 언제나 '현재'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한 지점에서 일어난 순간의 감성을
Nonverbal로 기록한 '예술'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은
'현재'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키는 감사한 솔루션이 된다.





사실, 필자가 조예깊지 않은 시선으로 이 전시회를 감상함에 있어서
전시회가 시대별로 묶은 구성이었음에도 묶음 내 작품들의 통일성이 미약하고,
'대표작'이라 할만한 대작들이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었으며,
또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동시에 다루다보니
필연적으로 각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題)가 빈약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대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하면서도 근현대 예술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는 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예술을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예술과 시대가 소통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전시회가 막을 내리기 전에 한번쯤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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