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 ★★★★
구성미 : ★★★☆
참신함 : ★★★★
총합점 : ★★★★ << 시사성/역사성/교훈성 충만.
대학로 그린학전소극장
2008. 1. 16. 水. pm 7:30
(어느정도의 스토리가 포함되어있으니,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은 읽어보지 말 것.)
지하철에 타는 순간 개성을 잃고
객체화 된 '지하철에 탄 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서민들.
그들은 신문에 머리를 꼬아 박은 채, 신문이 지껄이는대로
세상을 일률적으로 흡.수.하는 우매한 대중으로 재탄생된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것은 1분이라도
더 빨리 지하철에서 내려 처자식 얼굴을 보는 것,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박찬호 경기를 보는 것 따위.
누가 정권을 잡고있건, 지하철역사에서
어떤 사람이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건,
어느것도 그들에게 인격을 깨워주는 신호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같은 같은 말과 생각을 되풀이하고,
치졸하고 더럽고 작고 저렴한 생각들
(음란, 관음증, 알량한 사치)에 휩싸여 있을 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일지라도 지하철 밖을 나가는 순간
개개인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각자의 사연을 지닌 '사람'으로 복귀한다.
청소부 아줌마, 휴가나온 군인,
집나간 마누라를 향해 탄식하는 걸인.
하지만, 그래봐야 그들은 힘없는 서민일 뿐이다.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창녀 '걸레씨'가 나온다.
그녀는 '서민중의 서민'으로 살아가지만,
안경씨의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혁명적 설파에 감동하여 꿈을 갖고 살아간다.
그녀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그 이상의 세계를 설파하는 안경씨가 자신앞에서
그 꿈을 무너트리는 것.
그 안경씨가 걸레씨의 이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 걸레씨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
걸레씨는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고,
서민들이 간직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의
아름다운 찬양론도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서민들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아름다운 혁명적인 파라다이스는 과연
가르치는 자마저 뭣도 모르고 떠들어댄 헛소리 였을 뿐인 것인가.
이 뮤지컬엔 왠간한 소외계층이 모두 출동한다.
연변여인, 외국인노동자, 장애인(소년소녀가장), 실직가장,
창녀, 창녀촌 총무, 과부, 걸인, 청소부, 가출청소년, 잡상인,
보험설계사, 시간강사 등...
수없이 등장하는 그들은 확실히 우리 시대의 어두운 면을
명확하게 보여주며, 그들의 코믹한 연기 이면엔
목청찢어지는 애환이 숨겨져 있다.
우리 주변, 애써 구석진 곳을 찾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외와 무관심의 교차,
실상 그 둘 모두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서민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모두 두가지에 포함 되어있으면서도
서로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위를 향한 혁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서민이지만,
그 사업을 시행한 시행사는 막대한 이문을 남긴
재벌로 탄생되는 모순적인 '지하철' 처럼,
서로 같은 처지에서도 서로를 둘러 볼줄 모르는
서민층 내부의 모순된 우매함을 향해 각성의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사실 그래봐야 필자의 생각엔 서민 내부층의
왠간한 결속만 가지고선 어느것도 변하지 않는다.)
안경씨가 사이비로 판명나긴 했지만,
그가 말한 한마디는 서민들이 살아가는데 힘이되는
싸구려 명언이 되기에 충분했다.
"죽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사는 것이 용기이다."
또, 뭔가 사연 깊어보이던 포장마차
아줌마의 유쾌-해보이는-한 한마디도
극빈층의 삶을 대편하기에 충분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몸이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어쩌면, 2부에 등장한 강남 사모님 4명이 함께 노래하던
"요즘 애들은 너무 아무것도 몰라"라는 말이
그들이 의도한 그 의미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했던 '그 의미'가 아니였을까.
그 만큼, 이 작품은 어느정도의 역사적 인식과
사실적 체험론이 생생하고 풍푸하게 담겨있다.
다만, 플롯의 과정과 결말상 회의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게 가장 아쉬운 점.
7시 반에 시작한 'Rock Musical' 지하철 1호선(Line 1)은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뮤지컬 치고 3시간의 길이가 심하게 긴 편은 아니었지만,
좁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작은 공연치고는 꽤나 긴 길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3시간의 길이가 그렇게 지겹지는 않았다.
유명세가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지하철 1호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사회성 짙은 공연이
3000회를 넘기는 장기 공연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어떠한 모순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희망과 씁쓸함이 교차한 공연이었달까.
다만, 너무 많은 내용을 짧은 세시간에
모두 보여주기위해 갖은 애를 쓰는 바람에
뮤지컬공연의 공연성을 크게 살릴수 있는
퍼포먼스에 비중을 크게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차라리 1, 2, 3부 정도로 나눠서 공연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
특히나 뒤로 갈수록, 앞의 모자란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라도 채우고 싶었던 모양인지
별 내용이나 퍼포먼스없이 애잔함을 피우기
위해 애쓴 모양이 역력한데,
그런 구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루즈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도 조금은 엿보였다는게 옥의 티라면 옥의 티라 하겠다.
2008. 1. 17.
Gyoo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