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성 : ★★★★
화면미 : ★★★☆
참신함 : ★★★★★
총합점 : ★★★★☆
누가 나오는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채 기대없이 감상한 영화 크로싱. 그저 크로싱이라는 영어 제목에 막연히 외화려나 하는 생각뿐이었던 나에게, 함경남도의 탄광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첫 화면은 시작부터 낯설었다. 게다가 나에게 별 의미있게 기억되지 않던 배우 '차인표'가 석탄을 뒤집어쓰고 등장하는 이 영화. 과연 재미있을까. 과연 112분은 쉽사리 지나갈까. 하지만 이 모든 내 예상과 나쁜 선입견들은 보기좋게 필름과 함께 감기어 사라져버렸다.
크로싱. 그것이 탈북을 의미하는 말일 줄이야. 임기초기부터 언론통제와 70년대식 반공발언을 일삼는 이명박의 임기에 이런 영화가 개봉될 줄이야. 세상에나 과연 저 모든 것이 허구가 아닐 줄이야. 저것이 철저하게-혹은 처절하게-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등을 맞대고 서있는 그들의 현실일 줄이야. 내 시야에 필름이 흐르는 동안 내 가슴은 벅차오르는 심장박동과 놀라움. 안타까움. 답답함으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잔잔하지만 놀라도록 하는 힘. 눈물 흘리며 공감하게 하는 힘. 그저 마음을 풀고 연민을 갖게 하는 힘. 별다른 이유없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힘. 지금의 내 모든것에 대한 소중함을 강하게 깨닫도록 하는 힘. 필름에 가득 담긴 이것들은 상영 시간 내내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 위로 쏟아져 내렸다. 현실성의 검증은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검증을 하기이전에 다른일로 탈북자들의 증언과 탈북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와중에 제작을 계획하게 되었다는 영화 크로싱. 어쩌면, 이 영화가 당신에게 큰 감동을 주진 못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큰 기쁨을 주지 못할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시대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기본적인 교양으로서 무조건 감상해야할 영화라는 주장을 하기에는 별 다른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 비디오든 DVD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꼭 한번 보기를 강권한다. 때문에 감상문을 조잡하도록 길게 쓰지 않겠다. 보고오라. 함께 이야기하자.

아래는 크로싱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차인표씨의 제작기간 적은 일지중 일부를 발췌한것이다.
배고픔, 절망, 절박함, 생이별, 죽음..
세상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총망라 한 것 같은 그들의 아픈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것은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아닌 심장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그것을 느낄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마치 시험 날이 다가오는데,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처럼, 막막했다.
...중략...
“아.. 그랬구나. 그들은 이렇게 죽어갔겠구나”
...중략...
“교만함을 버려라. 겸손해라. 너를 버리고 나를 받아라.”
...중략...
그날 이후,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사흘째가 되자 정말 배가 고팠다.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겨우 사흘을 굶었을 뿐인데,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배고픈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득 그들과 조금 더 가까워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 7. 18.
GyoolGoon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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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사람
2009.01.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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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09.01.24 02:00
영화관에서도 어르신들은 많지만 학생들은 별로 없었죠.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생각을 주는 영화이지 않았나 싶네요. 분명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민족임을 느끼는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만 같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요덕스토리'라는 뮤지컬을 보았는데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끌리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우린 잊지 말아야하겠죠? 그저 끌림에 본 영화에서 뭔가를 느끼셨나봐요~ 때로는 그저 '끌림'이라는 것으로 움직여지는 것도 많으니깐요 ^^
트랙백 걸고 가셨길래 이제서야 확인하고 놀러왔습니다.
저도 가끔씩 들려 글 읽고 가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려주시고, 좋은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