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감 ]
다섯번째 시간 (20140509)
<2014 서울연극제> 및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
#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저와 함께 둘러보실 문화행사는 제목부터 참 독특한 연극인데요.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입니다.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국내 크고작은 희곡문학상을 수차례 수상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극작가 김태수씨가 쓴 창작극인데요. 올해 초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어, 성수아트홀에서 보름간의 짧은 초연을 마친 후 연극마니아들로부터 많은 앵콜요청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이번에 2014년 서울연극제에 자유참가작으로 출품되면서 지난 4월 25일부터 한달간 대학로 무대 위에 다시 오르게 되었습니다.
저도 올 초에 포스터를 보고는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워낙 공연기간이 짧아서 어쩌다보니 관람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각종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주신 후기를 챙겨보고, 지난 공연글에 앵콜요청 댓글이나 달면서 아쉬워만하고 있었는데요. 서울연극제 일환으로 재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녀왔습니다.
# 2014 서울연극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2014 서울연극제에 자유참가작으로 출품된 작품인데요. 서울연극제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행사인지 먼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연극제는 올해로 벌써 35회째의 깊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연극축제인데요. 작년까지는 사단법인 서울연극협회 주관으로 치루어진 행사였지만, 올해부터는 서울시가 서울연극협회와 공동으로 서울연극제를 주최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서울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축제로서 그 위상이 탄탄해졌습니다.
이러한 서울연극제의 올해의 슬로건은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인데요.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도 제목만 들어서는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요즘 시대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꼬집고 있는 내용으로서 이번 연극제의 주제에 아주 잘 어울리는 연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연극제는 모든 연극제 참여작품의 총 수익금 중 3%를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로써 단순히 연극인들과 마니아들만의 축제로서 그치지 않고, 선순환을 일으키는 한 사회의 일부로서 기능하고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축제로서 자리매김해왔는데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선언해서 연극제를 기대하고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4년 서울연극제에는 공식참가작 8개의 작품 이외에도 기획초청작- 공동기획작- 자유참가작 등 총 스물일곱개의 작품이 출품되어 대학로 일대의 크고작은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고요, 작품마다 공연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장 5월 25일까지 공연될 예정입니다.
작품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서울연극제의 다른 출품작을 관람했을 경우, 티켓을 소지하고 있으면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행사들도 진행하고 있고, 관람하고나면 관람비의 일부가 기부되기도 하니까요. 한번쯤 관심을 갖고 연극제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2011년부터 독립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작년부터 서울연극제와 통합되어 개최되고 있는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서울시청에 마련된 시민공간인 서울시민청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의 크고작은 무대에서 연극- 코미디- 낭독공연 등 총 스물여덟개의 단회 공연이 무료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와 더불어 2014년 서울연극제에 관한 더 많은 정보가 궁금하신 분은 서울연극제 공식 홈페이지 www.srf.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 리뷰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베테랑 희곡 작가가 쓴 작품이기도하지만, 여러 고전과 창작극들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대학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충구- 김로사- 박세진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해서 기대를 모았는데요. 하지만 작가와 캐스팅이 신뢰할만하다 하더라도 제목만 들어서는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운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조금 들려드릴께요. 한때 실력있는 증권맨으로 잘나갔던 남자주인공 허영세는 여자친구를 위해 고객의 돈을 빼돌려 개인 투자를 시도하던 찰라에 세계적인 규모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퇴직금 한푼 남기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요. 빈털터리가 된 허영세는 어쩔 수 없이 PC방을 운영하며 근근히 먹고사는 형의 집에 얹혀살게 됩니다. 하지만 허영세는 자신의 실력이면 언제든 주식으로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을거라고 호언장담하며 매일매일 주식에만 매달려 사는 주식폐인의 생활을 지속해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크게 다치는 바람에 허영세는 형의 입원기간동안 PC방 카운터로 끌려나가 억지로 일을 하게되는데요. 그 곳에서 PC방 구석에 앉아 매일 게임만하는 한 중년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중년남자는 제약회사를 다니다가 경쟁에서 밀려 쫓겨난 인물이었는데요. PC방에서 그가 매일 하는 게임은 동물원에 있던 침팬지가 우리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 밀림으로 도망가는 모험을 그린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일은 그 중년남자가 몇날 며칠을 들여 그 게임 속 침팬지를 밀림으로 탈출시키는데 성공하던 날, 그가 정말 침팬지처럼 변해 PC방을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실 그 중년남자는 그 게임을 하면서, 경쟁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 침팬지의 삶이 낫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진화를 거스르는 자기퇴화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허영세는 그러한 침팬치남을 보면서 부러움과 안타까움의 양면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영세는 여전히 크게 한탕해서 형으로부터 독립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주식에 매진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허영세는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해서 급성장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주식종목을 발굴하게 되고, 그 주식에 투자해서 3억이란 큰 돈을 벌어들이게 됩니다. 이로써 허영세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기쁨에 날아갈듯 뛰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자신의 형수가 같은 종목에 투자했다가 2억 7천만원을 날려서 자신이 얹혀살고 있는 집마저 잃어버리게 될 형국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실력'으로 '당당하게' 벌었다고 생각했던 돈이- 사실은 이렇듯 누군가의 희망이었고- 누군가의 대출금이었고- 누군가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죠. 허영세는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자신이 정말 추구하며 살아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그 결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듯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주식- 연애- 게임 등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빠져드는 것들을 캐릭터에 대입시키고, 각 캐릭터들이 자기 나름의 사상과 생활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과연 어떤 삶이 우리에게 정말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꾸민 연극입니다.
# 왜 [침팬지]를 선택했나?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돈이면 다 되는 황금만능주의적인 요즘 세태를 반영한 다른 예술작품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긴한데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이런 주제를 어떻게- 그리고 왜- '침팬지'라는 대상을 통해 표현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기본적인 극의 아이디어는 침팬지의 DNA구조가 인간과 1%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침팬지와 인간은 DNA로 보면 1%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사는 모습은 전혀 딴판인게 작가의 눈에는 참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이죠.
인간이 볼 때는 침팬지의 삶이 그냥 대충 되는대로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침팬지의 사회에도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그 나름의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요. 침팬지들은 서로의 생활영역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아서, 각자의 영역 내에서 평화롭게 식량과 주거환경을 보장받는 삶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죠. 한 사람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간과 식량같은 것들은 순전히 경쟁을 통해 얻어야할 뿐만 아니라, 그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양을- 패배한 사람은 극도로 적은 양을 획득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죠. 곰곰히 생각해보면 침팬지의 사회가 어떤 면에서는 인간사회보다 더 합리적이고 행복한 사회라고 볼 수도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침팬지보다 인간의 삶이 더 뛰어나며, 더 높은 진화의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희곡작가 김태수 씨는 이번 작품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를 통해 이러한 '당연한 상식'에 딴지를 걸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침팬지와 인간이라는 독특한 대립구도를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어조의 연극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에서는 1% 밖에 차이나지 않는 침팬지와 인간은 왜 그렇게도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1% 의 진화적 차이가 낳은 두 가지의 삶 중 과연 어느 삶이 더 행복한 삶일까-하는 작가의 깊은 고민이 극의 구석구석에서 진하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 장애인 할인혜택 및 공연장 접근편의 안내
오는 5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대학로 예술극장 3관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 뒷편 '쇳대박물관'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혜화역 2번출구로 나오셔서 마로니에 공원을 끼고 동숭길을 걷다 보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혜화역에도 플랫폼부터 지상까지 엘리베이터가 갖추어져 있고, 거리는 출구로부터 약 400m가량으로 가까운 편이며, 아주 약간의 오르막이긴 하지만 심한 경사나 턱은 없는 무난한 길입니다. 자차로 접근하실 경우 쇳대박물관의 주차장에 주차하실 수 있으시나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편이고, 대학로 주변에 공영주차장 등의 대체 공간이 여유치 않은 편이므로 가급적 장애인 콜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공연장은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미리 쇳대박물관 측에 전화로 문의하신 후 방문하셔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연극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는 전석 3만원이고, 복지할인을 받으실 경우 본인에 한해 50% 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복지할인 이외에도 다양한 할인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니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고 싶으실 경우 할인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기시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관람을 즐기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도 재미있는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