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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Sentiment

퍼포먼스 * 비보이즈의 두번째 이야기

Gyool 2009.01.25 01:35 조회 수 : 4419




2009. 1. 23. 金
홍대 앞 비보이 극장


  수년 전부터 브레이크 댄스를 중심으로하는 퍼포먼스물이 봇물터지듯 공연계에 풀려나왔다. 사실 이 작품도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이다. 필자는 이러한 종류의 공연을 'B*Show', 'Break Out'등 이미 두 편을 관람 했었기에, 이 공연을 처음 접했을 땐 어느정도 그것들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첫번째 작품의 성공으로 다시 제작된 '후속편'이라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갔다. 공연을 좋아해서 이 공연 저 공연 많이 다녀봤지만, 홍대 앞에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제약사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극장이라니. 익히 제목을 들어온 나름 유명한 공연치고 극장의 위치는 약간 생소했다. 삼진제약 빌딩으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 문에 수줍게(?) 붙어있는 공연장 안내물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생각보다 쾌적한 분위기의 티켓팅 프론트가 손님을 맞이한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홍대 공연장은 여느 공연장과는 무대 활용을 약간 다르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극장은 프로시니엄 아치를 경계로 가슴높이의 무대가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공연장은 그런 무대도 사용하면서 무대 앞의 낮은 관객석(마루)의 일부도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이중적인 무대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관객석은 마루 무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서,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무대가 돌출되어 있는 느낌이다. 배우(댄서)들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가 마루로 뛰어내려 와서 관객들과 손뼉을 맞추기도 한다. 사실 극을 통틀어 놓고 보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양보다 마루에서 춤을 추는 양이 더 많은데, 장르의 특성상 관객들이 더 큰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인 듯하다.

  극은 무대를 가리고 있던 천막에 영상이 투영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은 극의 중간중간 스토리의 전개를 돕는 역할로 계속 등장한다. 예컨대, 지금 전국 춤대회의 결승이 열리고 있으며, 그 두팀이 결승전에 올라와서 3일간 매일 다른 주제로 배틀을 벌이게 되었다 라는 내용따위를 관객에게 알리는 것이다. 영상이 모두 돌아가고 막이 걷히면 배우들이 등장한다. 팀 배틀인만큼, 발레팀과 힙합팀이 번갈아가며 각 주제에 맞는 춤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춤배틀 사이에 3각 관계의 러브라인(가희와 하율, 그리고 또 한명)이 끼어든다. 물론 스토리는 아주 작은 역할일 뿐이고, 극은 퍼포먼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극의 매력은 일반 지하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발레를 가볍게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정말 그러했다. 아주 잘 다듬어진 전통적 발레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브레이크 댄스와는 비교되는 아름다운 몸짓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힘있고 박진감 넘치는 브레이크 댄스와 선이 아름다운 발레, 그 둘의 만남만으로도 이 공연이 왜 유명세를 탈 수 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극이 관객에게 주는 만족은 거기까지였다.

 



  막에 투영되는 영상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엉성한 연출과 두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비슷한 춤의 반복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무대를 객석과 섞고, 댄서들이 중간중간 호응을 유도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객석에서 느끼는 감정이 그 정도 였으니, 극의 구성이 얼마나 흥미를 끌지 못했는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어느정도 실력을 갖춘 댄서들의 춤, 화려한 조명, 좋은 음악- 이것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극'이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했다. 스토리는 너무 지나치게 평범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지만, 연출과 구성은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극의 마지막 앵콜 댄스타임이 가장 신이 났었달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몸짓과 열성적인 연기는 극의 완성도를 떠나 관객에게 어느정도의 만족을 안겨주기엔 충분했다. 특히 김윤아와 화요비를 섞어놓은 듯한 외모의 여주인공은 외모는 물론 연기에 있어서도 온 출연진을 통틀어 가장 빛났다. 극을 마치고 배우들과의 자연스러운 포토타임이 있던 것도 괜찮았던 점이다. 

  이렇듯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새로운 장르파괴 시도와 조명, 영상, 특수장치활용, 무대의 이중적구조 활용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곁들인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비보이의 브레이크 댄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흔해져버린' 브레이크댄스 퍼포먼스물들과 구분되며,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상의 리뷰에서 살펴보았듯이 시도에 들인 노력만큼 관객이 거두어갈 수 있는 퀄리티는 아직 아닌듯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과를 떠나 넌버벌 퍼포먼스물의 나아갈길을 어느정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간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연출기법과 극적 구성, 스토리라인에 조금 더 투자한다면 뮤지컬/연극을 뛰어넘는 하나의 메이저 장르로 떠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퍼포먼스 장르의 더 멋진 발전을 기대해본다.



2009. 1. 25.

GyoolGoon

*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오리지널과 본편은 상관이 없는 작품이고
오히려 저작권을 침해한 작품이라는 오리지널 제작사의 연락이 왔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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