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산책이야기
시원스럽게 뻗은 주상절리가
가슴 벅차게 빼곡한 절벽가를 걷다 다릴 헛딛다.
1.
떨어지고서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다릴 헛딛은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날 절벽으로 내던진 작은 자갈을 무심코 밟아 화나게 만든
왼발 검지 발가락에게 잘못이 있는 것인지,
혹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다가와 내 어안을 후려쳐 벙벙하게하더니
기어코 날 절벽가에까지 끌어당긴 바닷바람에게 잘못이 있는 것인지,
책임소지를 가르고 있는 것이다.
2.
실랑이를 벌인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득 심장이 두근하고 무릎이 시큰하다.
산보를 나선다. 휘파람을 불며 걷고,
거리에 흐드러진 과거들과 재회한다.
걸음이 땅과 마주닿을 때마다
마른 길바닥은 발목을 질퍽하게 휘어감는다.
다음 걸음을 옮길라치면 앞꿈치에 쏘아대는 욕지거리가 간지러워,
헛기침없이는 한 걸음 떼기가 여유찮다.
3.
얼마나 걸어 온 것일까.
회상의 끄트머리가 갈기갈기 찢겨있다.
나는 헨젤마냥 사방으로 흩어진 녀석들의 혈흔을 쫓아 뛰기 시작한다.
아차ㅡ,
아름드리 나무가 내 머릴 들이 받는다. 눈을 뜬다.
무시무시하게 시퍼런 바닷물이 뒷통수를 통쾌하게 갈긴다.
1.
머릴 박고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다시 아름드리 나무가
내 머릴 들이받은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Gyoo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