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의 5월 독서목록 및 간결한 서평 (G's Book Review, May 2013)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데이비드 그레고리, 최종훈 옮김, 2012, 포이에마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원작과 이어지는 스토리이면서,
더 심층적인 신앙의 결을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전작 흥행에 숟가락 얹으려는 의도가 너무 묻어나는 점이 아쉽다.
1편이 초신자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2편은 교회생활을 오래해서 지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1편 처럼 쉽고 공감가는 '스토리'로 신앙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스물아홉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장은주 옮김, 2012, 예담

‘제1회 일본감동대상’ 대상작으로 유명한 이 작품.
꽤 괜찮은 대학을 나오고도 젊은 시절 인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선택 한 번으로,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의 굴레에 빠져든 한 여자가 등장한다.
도심 속 원룸에 쳐박힌 그녀의 삶은 외롭고 비참하다.
29살이 되던 생일날 그녀는, 1년 후 라스베거스에 가서
모아둔 돈을 모두 쓰고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그 날로부터 '화려한 마지막 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게 된다.
'완벽한 인생의 가이드라인'은 아니지만,
인생에 있어서 '목적'이 주는 효용에 대해 '절절하게' 설명하는데에 이만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물론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녀의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은 누가봐도 옳지 않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점이 이 책을 더 빛나게 하는 점이라 할 만하다.
역사상 최대의 고학력, 저취업률이라는 최악의 시대를 살며,
역사상 최고의 부유한 시대를 살았던 부모를 가진 우리 청춘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다.
그리고 그 시대의 무게에 짓눌린 '옳은 생명력'은
(이 책에서의 그녀처럼) '변태적 생존'으로 연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 비극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책을 읽다보면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하게 'deus ex machina'가 등장하길,
유치하더라도 하늘에서 '짠'하고 나타난 왕자님이
'나락에 떨어진 그녀'를 '고결한 삶'으로 데려가주길 기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삶이 내 이웃의 삶이고, 내 친구의 삶이며, 내 다양한 자아 속 한 페르소나의 삶이기에ㅡ
그녀의 구원이 나의 구원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답'은 없지만 '삶'을 들려주는 이 책이 좋다.
쓰레기 더미같은 '인생'에서 보물 같은 '나(그리고 당신)'를 발견하게 해주는 이 책이 좋다.
물론 이 책만으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답을 구하는 여정의 시발점으로 삼기에는 충분하다.
만성적인 무기력과 두터운 자기불신에 사로잡힌 사람들(혹은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다시 프로테스탄트>
양희송, 2012, 복있는사람

대한민국의 차세대 복음주의자로 각광받는 양희송씨의 신간.
한국교회의 역사적 맥과 현재의 맹점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원인과 해결책도 높은 논리적 완성도의 빛을 뿜어내며 도출해낸다.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 사회서적'이 읽을 가치가 없을 정도로
'감성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냉정함과 간결함과 논리적 완성도는 분명 주목할만하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논리전개와 폭 넓고 깊은 지식,
화려한 어휘로 무장한 호소력 짙은 문장까지. 읽다보면 탄성이 나온다. 멋지다.
사실상 이 범주 내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수작이라 할만할 정도다.
하지만 정말 아쉽다.
읽고나면 '그래서 뭐?'의 질문만 남고마는 타 서적에 비해서는
진일보-진이보 한 책임에 이견이 없지만,
심지어 양희송씨의 주장에 대해 나는 90%이상 동의하는 바이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을 '기독인'의 '기독교'에 대한 책으로 보기에는
정작 '하나님'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연 기독인 서적이 맞는가?
이 책의 첨두에 놓인 지향은 '논리'인가 '진리'인가?
그의 글이, 주장이 아무리 '논리적'이라 한들
그 안에 '하나님'이 없으면 그와 그의 책은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대로 세상이 바뀐다 한들
그 바뀐 세상에서 하나님은 어디에 마음편히 존재하실 수 있는 것인가.
물론, '하나님이란 대전제'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심도있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지극히 인간적인 분야로 주제를 한정지은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그 점이 이 책의 최대 약점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수준의 책'이 여지껏 없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출간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고무적일 것이라 기대한다.
양희송씨와 같은 '차세대 복음주의자'에 큰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한 평범한 신앙인으로서,
앞으로 더 발전되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내일을, 또 다음 서적을 열열히 기대한다.
(같은 서기연 출신으로서 양희송씨는 인격적-학적-신앙적으로 존경해마지않는 대선배님이지만,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적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독자-저자의 관계에서 적고자했음을 밝힌다.)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강명순 옮김, 2009, 열린책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유명작.
참 초현실적이지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무취의 종잇장을 넘기면서도 황홀한 향기를 경험케하는 공감각의 저력을 담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나 귀욤뮈소같은 현대 인기 작가들의 글은
굉장한 속도감과 몰입감, 디테일한 현실성으로 독자를 사로잡음에도 불구하고,
독서 후에는 영화관에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나온 듯 도대체가 남는 것이 없다.
하지만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향수'는 다르다.
최근의 인기작에 비하면 속도감이랄게 없을 정도로 현저히 느리다.
이해가 빠른 '대화형식'보다는 '주인공 독백'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며,
사건전개 또한 필연보다는 다분히 우연에 의지한다.
현대 소설이 말하는 소위 '재미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작품은 확실히 재밌다.
게다가 아스트랄한 비현실적 스토리로 무장하고도
현실세계에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알맹이'가 있다.
과연 '현대의 클래식'이라 할만하다.
물론 나도 현대적 글에 적응되어 있는 사람이라,
처음 그의 '만연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번역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노력을 들이고서라도 꼭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주께 하듯하라>
채의숭, 2007, 국민일보사(제네시스21)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의 큰 손 '대의그룹 '회장 채의숭씨의 간증집.
은혜롭다. 절절하다.
그의 삶은 마치 '갈대같은 신앙'을 가진 이 시대를 가르치기 위한 '욥'의 화현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을 발견하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다.
이 시대가 '욥'을 이해하기에는
이미 너무 '가지지 못한 것'에서 시작하는 삶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잃는 것'으로 공감하기에는 애초에 너무 힘들기만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좋지만 아쉽다. 더 이상의 서평을 하기가 어렵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
톨스토이, 방대수 옮김, 2000, 책만드는집

'클래식'으로 구전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재미'보다 '사람'과 '삶'과 '그리고 그 이상 어떤 것'이 궁금하다면
음악이든 글이든 영화든 '고전'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쉽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이 이상의 서평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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