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감 ]
열한번째 시간 (20140620)
뮤지컬 <평양마리아>
# 인사
안녕하세요. 최근 전 민족이 애도를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에- 얼마전에는 지방선거도 있었고요. 또 6월 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도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했죠.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우리 민족에 대한 관심과 긴장감이 고조되어 있는 시기인데요. 그래서인지 다음주면 64주년을 맞는 625 기념일의 의미가 더욱 깊이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625를 기념하고, 우리 민족에 대한 관심을 한번 더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뮤지컬 <평양마리아>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뮤지컬 <요덕스토리>로 유명한 정성산 감독의 새 작품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뮤지컬 <요덕스토리>로 유명한 정성산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어서 큰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정성산 감독은 1969년 북한에서 노동간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과 평양연극영화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군에 복무면서 한국방송을 청취하다 발각되어 사리원의 정치범 수용소에 투옥되었다가 1995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귀순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정성산 감독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했고요. 1998년 영화 <쉬리>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을 각색하면서 국내에서 제작된 북한에 관한 거의 모든 작품이 이 정성산 감독의 손을 거쳐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정성산 감독의 아버지는 2001년 북한 요덕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서 공개처형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정성산 감독이 그 경험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하여 2006년에 처음 무대위에 올린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북한의 생생한 이야기를 대중적이고 예술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게 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정성산 감독의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충격적인 북한의 실상, 잊을 수 없는 장면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평양조선혁명박물관 해설원으로- 또 군 간부출신 남편의 아내로서 남부러울 것없이 행복한 삶을 살던 정리화가 연애시절 남편으로부터 선물받은 미제 mp3와 남한음악을 노동당 간부에게 적발당한 후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면서 시작되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정리화는 수용소에 끌려가서 고생을 하던 중 관리 간부에게 특별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 바로, 중국으로 탈북해서 마약과 몸을 팔아 외화벌이를 해오면 남편의 안전을 돌봐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에 정리화는 탈북을 감행하고 중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북한 간부가 돈이 더 필요하다며 정리화에게 한가지 지령을 내리게 되는데요. 자신이 보낸 물건을 자신이 지명한 중국인에게 팔아 돈을 송금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물건이 바로 정리화가 그토록 몸과 마음을 팔아가면서도 지키고자 했던 남편의 심장이었던 것입니다. 노동당 간부는 외화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파는 것 조차 마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일을 남편을 위해 몸과 인생을 모두 팔아버린 한 여자에게 시키는 반인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 <요덕스토리>를 잇는 북한의 생생한 실화, <평양마리아>
이처럼 북한의 실상을 적날하게 담고 있는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명성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요. 정성산 감독에 따르면 이번 작품 또한 <요덕스토리>처럼 실화에 근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뒷 이야기가 아주 애처롭습니다.
정성산 감독은 뮤지컬 <평양마리아>를 7년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왔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탈북한 한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극본을 써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 여성과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하는데요. 알고보니 그 여성이 북한에 전도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죽음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정성산 감독은 북한의 이러한 실상을 낱낱히 알리고 싶어서 <평양마리아>를 완성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평양마리아>에는 '인권'의 질을 논할 수조차 없는, 자본주의보다 더 잔인하게 자본주의적인, 그래서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북한의 실상이 적날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 영화같은 뮤지컬 <평양마리아>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깊이 있고 생생한 내용 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출로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치가 하나 보입니다. 바로, 무대 가운데에 뒤가 비치는 검은 천이 미닫이 문처럼 설치되어 있는 것인데요. 이것이 <평양마리아>의 독특하고 뛰어난 연출의 핵심입니다.
<평양마리아>는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는 배우는 단 한명, 정리화역을 맡는 여배우만 출연합니다. 그 외에는 백댄서 역할을 하는 남성댄서 5명이 출연을 하죠. 하지만 노래를 정리화 혼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드린 검은 천에 프로젝터 영상을 뿌려서 영화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인데요. 무대 위에 있는 배우는 정리화 한 명 뿐이지만, 영상을 통해 다양한 출연진들이 등장하고, 정리화가 영상속 배우들과 대화도 하고 노래도 함께 부르면서 극이 진행됩니다. 매우 신선한 구성인데요. 관객입장에서는 영화같은 뮤지컬, 뮤지컬 같은 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영상장비가 크게 발달하면서,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배경화면을 역동적으로 꾸미는 일은 어느정도 보편화 되었다 싶을 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표현방법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처럼 영상으로 '배우'를 대체할 만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은 <평양마리아>가 아마 최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뮤지컬에 영화같은 영상이 비중있게 등장한다니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실 것 같은데요. 실제로 관람을 해본 감상으로는 전혀 어색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고정된 무대만 가지고 뮤지컬을 꾸미는 것보다 영상을 통해 무대를 꾸미다보니 장면간 전환이 자유롭기도 하고, 생생한 현장감도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거기에 연기력과 가창력이 뛰어난 여배우의 무대도 눈 앞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던 셈이죠. 아마도 <평양마리아>가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공연한다면, 이러한 연출기법이 다른 작품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관람여건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9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혜화역 1번 또는 2번 출구로 나오신 후 200m정도 평지를 따라 걸어오시면 공연장에 도착하실 수 있는데요. 공연장 내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 이용객도 무리없이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고 주변에 공영주차장도 가까운 곳에는 찾아보기가 어려우니까요. 자차 접근은 가급적 지양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람료는 1인당 5만원이며, 장애인은 동반 1인까지 50% 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6월 한달간은 <평양마리아>가 호국의 달 이벤트로 전석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에는 별도의 장애인 할인은 적용되지 않으나 인원에 제한 없이 누구나 50% 할인을 받으실 수 있으시니까요. 예매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