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감 ]
세번째 시간 (20140425)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문화행사는 충무아트홀 중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출생의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요. 빈센트 반 고흐가 서양미술 역사상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화가일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반 고흐의 인기가 상당하다보니,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느껴지고 구미가 당기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저 또한 휴대폰 배경화면- PC 배경화면- 스마트폰 메신저 배경화면- 등 배경화면이 필요한 곳엔 어김없이 반 고흐의 그림들을 걸어놓고 있을만큼 개인적으로 아주아주 좋아하는 화가여서, 반 고흐의 이야기가 국내에서 뮤지컬로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반가워했던 작품이라 기대가 아주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 빈센트 반 고흐와 대한민국
예나 지금이나 빈센트 반 고흐가 세계적인 큰 사랑을 받고있고,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미술계 내에서는 독보적이라 할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국내에서 반 고흐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죠. 바로, 그 즈음에 반 고흐 단독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것 입니다. 그 당시에는 우리가 요즘 '반 고흐'하면 떠올리는 그런 굵직굵직한 대표작들 보다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남긴 크로키나 스케치 수준의 데생들과 채색 습작들이 주로 전시되었었는데요. 그것만으로도 국내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어서 반 고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던 것이 2012년 말부터 지난 2013년 봄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국내 두번째 단독전이 개최되면서, 반 고흐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거대규모의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in Paris>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두번째 단독전에서는 반 고흐가 그림에 대한 연습을 어느정도 마치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프랑스 파리에서의 활동들을 담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단독전의 개최시기와 맞물려 발행되었던 <고흐의 재발견>이란 책이, 그 당시 오랜기간 주요 대형서점들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고흐의 재발견>이란 책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반 고흐가 생전에 서로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 중 고흐의 그림과 관련된 편지들을 추리고,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과 해당 편지를 병치해서, 반 고흐가 그 그림들을 그릴 당시의 상황과 감정상태와 같은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편집한 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비슷한 구성으로 반 고흐의 편지와 그림을 다룬 책들이 이전에도 여럿있었지만, 베스트셀러를 차지할만큼 큰 관심을 끌었던 적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국내에서 두 번에 걸쳐 개최된 반 고흐의 단독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큰 몫을 했다는 점이 더욱 확실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화제가 되었던 두번째 단독전이 막을 내린지 1년 쯤 지난 올해의 봄에, 우리나라에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작품화한 뮤지컬이 탄생했는데, 바로 그 작품이 제가 오늘 소개해드리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인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제목만보아도 어느정도 흥행이 담보되었다 할 수준의 작품인 셈이죠. 특히 라이언, 김보강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서 공연시작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입니다.
# 간단 줄거리 & 감상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빈센트의 친동생인 테오 반 고흐가 형의 죽음 후 사후 전시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700여점에 달하는 형의 그림과 또 서로 주고받은 900여통의 편지를 정리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빈센트에 대한 회상이 시간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난 빈센트 반 고흐가 젊은 날에 이런저런 직업들을 구하고자 했으나 모조리 실패하고 신학에 귀의하는 과정에서부터, 성직자로서의 삶에서도 실패하고 동생 테오의 조언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과정과, 그림을 익혀가고 화가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수한 열정만으로 평생 그림만을 사랑하던 가난한 화가 빈센트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린 장소인 밀밭에서 권총자살을 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삶 구석구석을 고증하여 뮤지컬 무대 위에 올려놓은 일대기이자 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반 고흐의 삶을 다룬 일대기로서의 내용은 매우 탄탄합니다. 워낙 빈센트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의 양이 많고, 또 그 편지들이 오롯히 남아있는데다, 실제로 그림을 파는 일을 주업으로 삼았던 동생 테오가 빈센트의 수많은 그림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관리해왔던 덕분에 이와 관련된 연구가 잘 되어 있고, 우리 글로 번역된 서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만큼 자료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만큼 이런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이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구성과 내용도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반 고흐와 테오에 대한 일대기와 큰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특별한 표현기법과 무대구성
그렇게, 탄탄하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뮤지컬의 내용을 보완해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공연의 독특한 무대구성과 표현기법입니다.
사실 제가 공연을 보기 전에 처음 이 뮤지컬의 포스터를 보고 알 수 있었던 것은, 뮤지컬 배역이 빈센트와 테오 두명 뿐이라는 사실 뿐이었는데요. 그래서 <빈센트 반 고흐>라는 제목을 건 채, 두 명의 출연진만 가지고, 과연 어떤 내용의 뮤지컬을 선보일 수 있을지 상당히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공연장을 찾아갔었습니다. 특히, 그림을 그린 예술가인 반 고흐를 '음악'으로 표현하겠다고 하니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죠.
그렇게 설레임을 안고 찾아간 공연장은 무대구성부터 조금 독특했었습니다. 일반적인 뮤지컬의 무대는 수평으로 배열된 객석 앞에 3D 액자처럼 네모난 무대가 시선을 따라 뒤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형태를 갖고 있는데요. 충무아트홀 중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번 뮤지컬의 무대는 객석을 향해 반원형으로 돌출되어 있고, 객석 또한 무대의 모양에 따라 반원형으로 퍼져나가는 형태로 꾸며져 있습니다. 보통의 뮤지컬 무대가 한 면만 객석인 것에 반해,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무대는 돌출이 되어 있다보니 세 면이 객석인 셈이죠. 그리고 무대의 형태가 이렇다보니 무대의 배경이 되는 벽면은 넓고 평평했는데요. 벽면은 아주 심플하게 꾸며져있었고, 모두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는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무대장치가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출연진도 두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플한 무대배경, 그리고 세 면이 객석인 이 무대가 과연 어떻게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공연으로 채워질 수 있을지 의아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이번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은 빔프로젝터를 통한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인데요. 작품의 주제가 화가의 삶과 그의 작품을 다루고 있고, 또 주인공인 반 고흐가 주로 자신의 생활공간이나 주변 환경,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자주 그렸던 덕분에, 빔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해서 반 고흐의 그림이 직접 무대의 배경이 되는 효과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반 고흐가 고갱과 함께 지냈던 프랑스 아를에서의 장면에서는, 반 고흐가 그린 유명한 작품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이 하얀 벽면에 빔프로젝트로 투영되면서 실제로 반 고흐와 고갱이 그 방안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구현해내는 것입니다. 특히 빔프로젝트의 활용은 하얀 벽면을 무대 배경으로 꾸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배우들이 지목하는 하얀 캔버스에 반 고흐의 실제 그림들을 투영해서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거나, 돌출된 무대바닥과 각종 공연 소품에 이런저런 특수 효과를 일으키는데에도 빔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자칫 간단한 구성으로 그칠뻔 했던 공연을 한껏 볼거리 있는 공연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부문에 있어서도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노래'가 아쉬웠는데요.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수준급이었지만 배우들이 실제 역할에 비해 조금 어린 편이어서 감정이입이 쉽지 않기도 했고, 또 곡 자체에서 그림과의 정서적인 연계를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무난한 수준이긴 했지만, 유명화가의 삶과 그림을 청각화 한다는 점이 제가 특별히 기대했던 지점이었어서 못내 아쉽게 다가왔던 부분이었습니다.
# 공연혜택 및 충무아트홀 정보
이번 주말인 27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서울 신당역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6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인 신당역에는 플랫폼부터 지상까지 엘리베이터가 구비되어 있고, 역을 나오자마자 얼마안되는 거리의 평지를 지나면 충무아트홀에 접근하실 수가 있습니다. 또한 충무아트홀 내에도 엘리베이터가 구비되어 있어서 접근에 문제가 없으십니다. 자차로 접근하실 경우에는 충무아트홀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시며, 주차비는 공연을 관람하실 경우 4시간까지 3천원입니다. 이 경우 주차비에 관한 별도의 복지할인혜택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중극장의 경우에는 무대가 계단식이고 객석간의 간격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께서는 객석 맨 뒷편에서 관람하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요. 다만 무대와 객석 맨 뒷자리와의 거리가 그리 긴 편은 아니어서 시야확보가 잘되는 곳에만 자리 잡으신다면 관람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전석 5만원이며, 복지할인을 받으실 경우 등급과 상관없이 동반 1인까지 50%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까 설명드린 반 고흐의 단독전과 관련해서, 반 고흐의 유명한 작품들이 대거 몰려있는 후기 작품들이 전시되는 세번째 단독전이 2017년 국내에서 <반 고흐 라스트 패션(Last Passion)>이란 제목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전시가 열리고나면 사실상 반 고흐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내에 직접 소개되는 것인데요. 혹 이 전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미리 뮤지컬을 통해 반 고흐의 삶을 먼저 조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특별한 공감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또 좋은 문화행사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