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Radio [ 내일은 푸른하늘 ]
박재훈의 금요일 코너 [ 특별한 공감 ]
아홉번째 시간 (20140605)
연극 <동치미>
#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지난 2009년 4월 대학로에서 <내 생, 마지막 비가(슬픈노래)>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이후 꾸준히 공연을 선보이며 대학로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작품으로서, 2011년 부터 지금의 제목으로 개명하며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펼쳐가고 있는 작품, 바로 연극 <동치미>입니다.
특별히 연극 <동치미>는 장기간 공연되고 있다는 점으로 그 대중성이 검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년 9월에는 한국언론사협회가 선정한 2013년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 대상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작품성까지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르신들의 대표 문화공간, 문화일보홀 & 서울시 청춘극장
연극 <동치미>는 현재 서대문역 부근 문화일보 본사에 위치한 문화일보 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문화일보홀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이자, 현재는 2013년 3월부터 서울시 어르신전용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어서요. 낮시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들을 상영하는 '서울 청춘극장'을 운영하고, 저녁시간에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공연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서 다양한 세대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요즘 문화일보홀의 저녁시간을 활용하여 공연하고 있는 연극 <동치미>도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르신들이 쉽게 공감하실 수 있는 우리네 어른들의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문화일보홀의 극장운영 정신과 방향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앞서 설명해드린 '서울 청춘극장'은 오전 10시, 오후 1시와 3시, 이렇게 총 하루 3회에 걸쳐 추억의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는데요. 55세 이상 어르신 및 어르신 동반자는 1인당 2천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입장하실 수 있으며, 청춘극장 영화상영 예정작들은 인터넷 서울시 청춘극장 카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DVD가 잘되어 있어서 원하는 작품을 구해보기 참 쉬워졌다고는 합니다만, '서울 청춘극장'에서는 비디오나 DVD, 인터넷 서비스들을 통해서도 접하기 힘든 작품들도 상영하고 있는 것이 많으니까요. 젊은시절 영화를 좋아하셨던 어르신 분들이나, 혹은 우리나라 옛날 영화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쯤 이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동치미>,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담은 우리 어르신들의 이야기
연극 <동치미>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길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동치미>에는 무뚝뚝하고 고지식하고 짠돌이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인생의 모든 결실을 아낌없이 모두 바치며 사는 아버지 '김만복'씨와ㅡ 남편 병수발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스스로의 건강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도 불만한마디 없이 인생을 꿋꿋히 살아낸 아내 '정이분'씨가 등장합니다.
특히 처음 무대 위에 등장하자마자 극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궁시렁궁시렁대며 일장연설을 해대는 아버지 '김만복'씨의 모습과, 온갖 궂은일은 모두 도맡아 하면서도 남편 앞에서는 아이들을 감싸고 돌기 바쁘고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을 치켜 세우기에 바쁜 어머니 '정이분'씨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너무나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우리시대의 우리 부모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연극 <동치미>에는 자녀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고생하며 살아오신 부모님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각자의 인생 속에서 열심으로 살기는 하지만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보기에는 역부족인 자녀들의 삶이 부모님들의 인생 위에 오버랩됩니다.
이처럼 연극 <동치미>는 스토리부터 등장인물까지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가 힘든 연극인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바로 연극 <동치미>가 갖고 있는 진정한 매력포인트이자, 이 극을 가장 특별한 연극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극들이 주로 젊은 사람들의 짧으면서도 강렬하고 인상적인 감정들이나- 선정적인 사건과 아이디어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해, 연극 <동치미>는 어찌보면 '우리 시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이야기'이자,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아주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아주 깊이 있고 진솔한 어조로 다룸으로써, 그 자체 만으로도 특별한 작품으로 탈바꿈 된 것이죠.
# 평범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아버지의 헌신적인 장면들
작품내내 아버지 '김만복'씨는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ㅡ 꼬장꼬장하고 잔소리 많은 부모님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김만복씨가 그저 꼬장꼬장하기만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제가 이 연극을 감상하며 특별히 인상에 남았던 장면들은 모두 이 갑갑해보이는 보수적인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내어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아들이 의기양양하게 추진했던 사업에 실패하면서 아들을 위해 집을 대출담보로 내어주었던 아버지는 자신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 담긴 전 재산을 잃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오히려 아들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남은 적금통장까지 내어주면서 아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라 독려합니다. 또한 딸을 시집보낸 후에는 딸의 시부모댁에 찾아가 변변찮은 대접을 받고 돌아서면서도, 그 문앞에서 딸의 안위를 걱정하며 잘 부탁한다 연신 절을 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우리 젊은 세대가 '알면서도 외면'했거나 혹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헌신'이 사실은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며, 그러한 헌신이 젊은 세대들의 인생만큼이나 소중한 '그 분들의 인생을 처절하게 희생한 결과'라는 '당연하지만 충격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연극 <동치미>는 잔잔하지만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진한 감동과 평범하지만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ㅡ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되는ㅡ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관한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혹시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서 관람하는 기회를 가지실 수 있다면, 새삼스럽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한번 더 깨달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입니다.
# 관람여건
우리네 가족의 일상 속 진하게 묻어나는 가족애와 부부애가 가득 담겨 있는 따뜻한 휴먼스토리, 연극 <동치미>는 5호선 서대문역 5번출구 앞 200미터에 위치한 문화일보홀에서 공연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기획된 공연은 6월 28일까지 이어집니다.
문화일보홀은 휠체어도 접근하기에 무리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극장이므로 찾아가보실 것을 추천해드리고요. 공연관람비는 비지정좌석제로서 전석 1인당 3만원에 책정되어 있으며, 장애인은 급수와 상관없이 동반 1인까지 50%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차로 접근하실 경우 문화일보홀 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며, 가격은 무료입니다. 다만 자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