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3년부터 개인용 컴퓨터를 소장해왔고, 그전부터 학교에서 컴퓨터를 접해왔다. 당시의 개인용 컴퓨터는 "만능기계"로 인식되는 컴퓨터에 대한 강한 이미지 덕분에 초창기 윈도우 3.1을 끼고 판매할 때는 당시 엄청난 가격인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당시 아이스크림 하나가 2-300원이고, 노트한권이 300원이었던것을 감안하면 가히 엄청난 가격이다.) 그 뿐인가, 후에 범국가적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인터넷컴퓨터, 국민컴퓨터 등이 저렴한 값에 보급되어 마련된 엄청난 컴퓨터 보급률 위에 인터넷보급률도 단기간에 엄청난 수치로 상승하게 되었다. 그렇게 개인용 컴퓨터가 발달하고 보급되면서 서구화와 함께 꾸준히 진행되어온 "개인화"의 강력한 촉진제로써 컴퓨터를 바라보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봐야 남에게 뒤쳐지기 싫어하는 한국민들의 저력덕분에 세계1위 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 인터넷 보급률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세우고야 말았지만.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이 시작된 이후 약 10여년이 흐른 지금, 우려하던 개인화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언젠가부터 컴퓨터의 일반적인 주 용도가 '인터넷'이 되었다. '컴퓨터를 한다'라는 말은 '인터넷에 접속한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고,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컴퓨터를 붙들고 있으면 할일이 없어지고 마음이 답답해지다 못해, 그 컴퓨터를 '죽은 컴퓨터'라고 여기는 마음이 생길만큼 컴퓨터와 인터넷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동의어급의 관계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컴퓨터의 탄생기에 수많은 학자들이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이 개인을 타겟으로 깊숙히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은 개인을 상대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개인간의 관계를 이용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싸이월드, 네이트온, MSN 등등 인터넷을 하는 젊은이라면 대부분이 이용한다고 여겨지는, 인터넷을 한번 시작하면 꼭 한번씩은 거치게되는 모든 사이트와 서비스들이 '관계'를 서비스하는 곳이다. 개인화의 촉진제로 여겨졌던 컴퓨터가 '관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전화하기보다 글을 남기기 시작했고, 만나기보다 메신저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글을 남긴다고 전화가 없어진것이 아니고, 메신저가 생겼다고 만남이 사라진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관계의 장이 창출 된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 이대로 좋은 것인가?
컴퓨터가 개인화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일거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두고보면, 그 예상은 어느정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관계는, 다른 방식의 개인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개인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철저하게 계획하며 꾸미고, 제어한 자신의 모습을 재 창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거리와 상관없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재창조된 자신을 소개하고 그 모습으로 사람들과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일들은, 흔히 구분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 괴리를 만들어내서 간혹 사람들간에 당혹스런 일들을 만들어지고, 심지어는 왜곡되고 감추어지고 꾸며진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간에서 실질적으로 혼동을 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은 인터넷상에서 타인을 신뢰하기 어려워하는 사회 전반적인 불신을 낳았고, 인터넷의 익명성은 전 문화적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도출하였다.
인터넷은 꾸준히 변모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어떠한 해결책을 내어 놓을 수 있을지 쉽게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지만, 이 방대하고 거대한 구성체를 어떤식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전사회적인 약이 될 수 도, 병이 될 수 도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결과적으로 관계에 촛점 맞춰졌다는 것은 일단 반가워할 만한 일인 듯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이슈는, 전세계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발전 모델로 관심받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2007. 4. 20.
Gyoo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