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phaGo의 승리와 인간의 우려 ]
1. 기능적 모방이 생명이 될 수는 없다. 머신 딥러닝이나 자가 체득형 러닝이 완숙단계가 되어서 인간형 지능기능을 거의 모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감정까지 모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공간 및 언어적 상황과 이에 대한 리액션을 습득해서 감정표현을 익히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기분이 나쁘면 몸상태가 나쁘고 기분이 좋으면 없던 힘도 초인적으로 나타나는 식의 호르몬 작용은 기계가 흉내내기도 힘들고 솔직히 흉내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계가 어디까지나 특정 기능을 목적으로 한 피조물이기에 갖는 태생적 한계이다.
2. 그런면에서 기능적으로만 보자면 밥도 안먹어도 되고 기분도 안타고 항상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보다 훨씬 더 나은 일을 하는 것이다.
3. 하지만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의 기능보다 훨씬 나았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뗀석기로 돌도끼를 만드는 순간부터, 부싯돌로 불을 인위적으로 일으킨 순간부터, 주판이 개발되고 계산기가 나오고 컴퓨터가 나오면서부터, 인간의 기능은 항상 피조물에 뒤쳐져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반감을 가진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항상 인간은 기계위에 군림하는 자로서ㅡ 창조자로서 효율적인 이용을 하면 그만이었고, 사실상 지금의 문명은 이런 기술진보가 없었다면 꿈도 못꿀 일이었다.
4.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인류역사상 거의 모든 기술진보는 군사기술에서 시작되었거나 녹아들었고, 이는 피조물로 창조자를 희생시키는 자살도구가 되었다. 이번 알파고 사례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총달린 드론이나 로봇경찰, 로봇보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곧 현실이 될 물건들이다.
5. 군사무기가 좀 멀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곳에도 문제가 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자동주행 자동차다. 우리는 곧,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군사무기나 자동주행자동차가 인명희생을 일으킬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당면할 것이고, 책임소지 이전에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6. 이렇듯 자기학습 딥러닝 머신에 관한 새로운 문제가 조금 있지만, 이런식의 문제는 인류가 처음겪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근본적인 원칙에 근거해 피조물이 창조자의 지위를 침범하지않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하며, 기술진보가 인간의 희생을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주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