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정치관련 뉴스를 보고있자면, 지금의 시대가 몇 공화국 시대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주요 보수 언론들이 정계 및 제계와 치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언론 장악은 그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했건 하지 않았건 의도를 떠나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Fact)이다. 물론 이전 노무현 정부가 보여주지 못한 강력한 리더쉽(?)과 언론장악능력은 (그것을 능력이라 표현할 수 있다라면) 그들에겐 힘이 되는 하나의 무기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대는 사실을 아무리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을 만큼 정보의 전달이 다방면으로 가능한 시대이다. 방송을 장악해도 인터넷방송을 통해 민간인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고, 사람을 집안에 가두어 두어도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얼마든지 외부와 접촉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에 비해 이 아둔한 정부는 똑똑한 국민들을 대함에 있어서 매번 시대 착오적인 촌극을 빚어내며, 권위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뭐라해도 '다양성'이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성숙한 민주주의는 그 법적 원리를 토대로 간혹 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성향의 사상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그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옳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목소리를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물론 민중을 설득할 수는 있다. 어찌되었건 역사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민중이 선택하는 방향이 있다라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대한민국은 전 노태우정부를 시작으로 수십년이 지난 현재, 민주주의의 성숙기의 초반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 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순간에 권력을 이양 받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택한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것인가?
현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작년 공권력(무력武力)의 남용을 여실히 보여준 촛불집회의 후유증 이 후, 중후반기 여당의 모 의원이 제안하여 이슈화 된 소위 '사이버 모욕죄'. 사이버 모욕죄가 만약 그 이름 그대로 작용하도록 법이 개설된다면, 보수언론이 전 노대통령의 언사를 앞뒤 자르고 맥락없이 소개하는 바람에 명예를 실추시킨 것 하나하나가 법적용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인터넷에도 기사를 올렸으니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될 듯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분명 민주주의에 한층 더 다가섰다. 모든 뉴스기사에는 독자들의 의견이 리플(답글)로 달렸으며, 그 중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의견은 Best의견으로 보여지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게 되었으며, 유명 포털사이트들 중 몇몇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특징이 부각되기도 한다. 인터넷의 의견 대립현상을 두고 단순히 이념대립이 심화되는 것이라 판단해서는 안된다. 설사 이념의 대립이 일어나더라도, 모든 사람이 아둔하게 '철인정치'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목소리를 내는 편이 민주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을 말도 안되는 억지법안으로 뿌리뽑으려 하다니 이 정부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이 정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일에 제일 먼저 앞장 서고 있다. 방송법 개정 이슈의 본질은 사실상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민간(?) 집단은 바로 재벌이다. 그런데 방송법 개정은 그러한 재벌에게(그것도 언론사 재벌) 방송사 점유를 가능케 해준다니, 주먹이 센 자에게 확성기까지 쥐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주된 원리가 '다양성'이라 설명한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송법 개정은 누가보아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악법이다.
얼마전 두 야당의 국회 점거사태가 있었다. 야당에게 그것은 분명 무리수였다. 그렇다면 두 야당이 왜 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해야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두 야당의 국회 점거는 거대 여당의 소통없는 정치를 막기 위해 선택한 육탄 방어전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 상에서 노무현시절 거대 야당으로서 단독 탄핵을 시도하기 위해 국회를 점거했던 현 여당의 과거사와 얼마전 일어난 국회점거사태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또 그에 비추어 현 여당이 야당의 국회점거를 두고 침을 튀며 비판하는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여당이 전 노대통령을 탄핵하려했던 근거 중 하나가 경제파탄이었고, 현 경제 상황이 그 때 보다 더 안좋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는 분명 웃음거리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과거의 일까지 들추어 비교하고보면, 현재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낯뜨거운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엔 장황한 말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한 여당이 오늘 뉴스를 통해 내보낸 새로운 법안 제안, '국회폭력방지 특별법(국회 폴리스라인법)'.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법은 가훈이 아니다. 법은 권력가가 자신의 맘에 안드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의) 특수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법은 누군가 집중된 권력을 남용하고 오용하려 할 때, 소수권력이 그것을 어떻게든 막을 수 있고, 대화와 설득이 아니고선 어떠한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법'이다. 요즘 일개 인터넷 논객이었던 미네르바를 작은 혐의로 구속시킨 정부에 대해서 말이 많다. 그러한 와중에 여당에서 흘러나온 법안 제안이 이러한 것이라니, 참으로 '기가 찬다'는 표현 외에 어떠한 말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이다. 최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면서 '가부장적인 가치'의 대표적 표식이었던 '가훈'도 가족 간 상의를 통해 결정하거나, 혹은 가훈을 아예 정하지 않는 추세인데 하물며 법이 이렇게 유아적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야 되겠는가.
정말 현 정부의 수뇌부 머릿속에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들어있긴 한걸까. 국민들은 오래 전부터 의심해오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 터지는 몇몇 사건을 통해서 그에 대해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를 잃는다면, 보수진영이 그렇게 침을 튀며 반발하는 북한의 독재정권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강력한 보수 진영이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니. 이 국가의 미래에 진정한 민주주의라는게 존재할 수는 있을런지, 참으로 한탄할 노릇이다.
2009. 1. 15.
GyoolG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