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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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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 성형괴물 같은 우리의 '가상외모', 싫어요(Hate it) ]


 백주년기념교회 청년부 계간지 백통(100Tong) 2014 여름호


 
 사진과 텔레비전이 발달되고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외모를 아주 중시하게 되었다. 물론, 잘생기고 예쁜 사람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 이것이 어디 이 시대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초고화질 사진기를 취미로 다루고, 컴퓨터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을 배포하는 것쯤은 소일거리도 아닌 게 되어버린 이 시대에, 외모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외모가 중요하게 여겨지면 여겨질수록, 실력과 인성보다 외모만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본질을 향한 갈구'도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소위 '철든 사람들의 인생담론'에 '외모보다 성품'이라든가 '결국엔 실력'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이리라. 이렇듯 영상세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보여지는 것'과 '본질적인 것' 사이에서 긴장감 늦출 수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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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와중에 텔레비전과는 게임도 되지 않는 '끝판왕'이 등장했다. 바로 '인터넷 혁명'과 함께 찾아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이다. 사실 SNS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이 매우 간편해지고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사람들의 소통을 혁신적으로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꾸준히 안부를 전하며 지내기 힘들었을법한 초중고 동창생들도 페이스북만 있으면 직접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할지언정 서로의 요즘 사는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소통의 특징과 한계에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이 1:1로 연락을 취하는 창구이기보다는 1:多 간 소통 채널로서, 내가 공개하는 소식과 사진들의 내용은 통제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 보여지고 전달될지를 완벽하게 제어하기는 힘든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주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보다는 남들 보기에 좋을만하고 흉이 되지 않을 만한 소식과 사진들을 골라서 공개하게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보편화되고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점차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과 사진들이 내 이미지를 결정하는 '나를 대표하는 수식'이 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 보면 '페이스북'이란 이름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페이스 + 북 = 얼굴 + 책'. '얼굴'은 우리가 영상의 시대를 살아오며 끊임없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비본질의 표상, 외모의 첨병이 아니던가. 인생의 중요한 인간관계들을 존속시키는 소통의 장으로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삶의 이력을 보관하는 기록소로서 오늘날의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마어마한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그 한계가 맞물려, 사람들은 페이스북 안에서 점차 실존하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가상외모'를 가꾸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그저 '또 하나의 외모'를 가꾸어야 하는 귀찮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상외모'를 '멋지게 가꾸는 일'은 성형수술보다 쉽다. 원하기만 한다면 익명성도 보장된다. 자칫 문제가 생겼을 경우엔 기록을 '삭제'하고 새로운 외모로 '새로운 가상의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은 필연적으로 허영을 낳고, 과장을 낳고, 현실과의 괴리를 낳는다. 말하자면 우리의 가상외모는 성괴(성형괴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소통은 사라져 가는데, 이러한 이유 모를 '가상외모 경쟁'은 우리의 실존하는 삶마저 잠식해간다. 타인의 허영 가득한 가상외모가 나의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초라함을 불러일으키고, 삶의 비전을 고민함에 있어서도 '본질'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성취에 이르기까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통과 기회비용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고, 수많은 노력과 실패 이후 인생의 절정에서나 맛볼 수 있을법한 달콤한 순간들만 조명된다. 여기에는 페이스북에 '좋아요(Like it)' 기능은 있어도 '싫어요(Hate it).'는 기능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하다. 사람들에게 보기 좋은 소식은 '좋아요'가 쌓여 타임라인(Time Line)의 상단으로 계속 갱신되어 올라오는데, 사람들을 고민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진지한 이야기이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는 금세 ‘좋아요’를 받은 수많은 포스팅들 아래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좋아요'가, 내가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가 정말 내 실제의 삶에도 좋은 것일까? 오히려 그 중에 우리가 조심해야하고 혹은 기피해야할 행동이나 생각들, 이야기들은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 금세 사라져가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들과 진중한 고민들은 정말 좋지 않은 것일까?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진과 글을 보고 반사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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