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_ 예술가의 기술이 얼마나 깊은 내공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에서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_ 삶과 생각에 대한 다른 방식을 읽고 느끼는 것에서 궁극적이고 계량불가능한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자본주의는
_ 사람들을 향해 '어떻게,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 끊임없이 묻고 그것을 잘하면 인생의 목적이 달성되는냥 사람들의 목덜미를 낚아채지만,
_ 사실 자본주의는 한 주체가 일으키는 개별 소비들이 과연 얼마나 하나의 방향성을 가져서 '소비=투자'의 성격을 짙어지게 하는가(얼마나 재투자가 되었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연 나는,
_ 나의 회사가 (맹목적이고 무가치할지언정) '무서운 방향성'과 얼마간의 푼돈으로 내 인생의 대부분을 이래라 저래라 휘두르며 나를 지독하게 소비하는 동안,
_ 도대체 '나'를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 것인지. 그저 기술의 습득과 숙련으로 나의 '값'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비로소 '나'이기에ㅡ 오직 '나'이기에 가치있는 '내 삶과 생각의 예술'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일구어 가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고, 고민하고, 발걸음의 방향을 고쳐밟고, 암전의 미래가 일으키는 두려움에 눈을 감고, 소비되어 방전된 내 관절을 끌어당겨 한걸음 또 걷고,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한번 더 기억하고 기록하는. 이 일들에 평생 반복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한,
나는,
_ 누군가에게 그저 소비되고 또 무언가를 지독하게 소비하는 하나의 공해일 뿐,
_ 정작 나 스스로에게는 '무언가'가 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입사 6년 만에 처음, 회사업무에 주말을 빼앗긴 후 용솟음치는 손실감을 어딘가 뱉어야만 편히 잠들 수 있을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