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이 된 기성회비 무효 사태
어제 SBS 저녁 메인 뉴스를 시작으로 밤새 각종 메이저 마이너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사의 관심이 법원의 판결 하나에 집중 되었다.
그 판결은 이른바 서울중앙지법의 '기성회비 무효 판결' 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서울대, 부산대 등 전국의 8개 국공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학생들이 애초 청구한 1인당 10만원씩을 전부 인정해준 것이다.
한겨레신문 기사 일부 발췌 (원문링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라곤 하지만 원고가 요구했던
1인당 10만원 지급이 고스란히 판결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완전 승소인것이나 다름 없다.
아무래도 서울중앙지법(지방법원)의 판결이다보니
분명 대학들은 상고(항소)할 것이 분명하고..
대법원의 판결이 나야 완전한 판결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성회비 무효 판결이 아직은
법적인 효력이 있는 판결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사회적 파장도 크고 의미도 큰 판결임에는 틀림이 없다.
기성회비 무효 확정판결시 일어날 일
만약 이 기성회비 무효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번에는 원고가 1인당 10만원을 요구했기에 그렇게 판결이 났지만,
확정 판결이후에는 전액 환급소송이 잇따를 것이다.
법의 공소시효가 10년이고, 사립대의 기성회비가 폐지된건 10년전의 일이므로
최근 10년간 국립대에 재학한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된다.
전액을 환급해줘야 한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예산을 거칠게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입학금 169,000원
수업료 370,000원
기성회비 2,241,000원
(2008년 서울대 인문대 신입생 학비기준)
서울대생 연간 3500-4000명, 평균 재학인원 2만명.
1명당 한학기에 15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1년당 보상금이 600억.10년이면 서울대만 보상금이 6천억원.
전국 국립대 갯수 45개.서울대는 규모가 크고 국립대 중에서는 학비가 가장 비싼 축이므로,
평균적으로 서울대의 반이라고만 쳐서한 대학 당 3000억원씩 총 13조 5000억원.
결론 : 대략 13~14조의 예산이 필요.
이런 계산을 러프하게 해놓고도 설마 맞을까 했는데,
오늘 아침 조선일보(원문링크)에서 이 상황에 필요한 예산이 13조라는 뉴스를 내주셨다.
기자가 어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고 쓴것인지-_- 아니면 정말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조선일보가 13조라고 하는걸 보니 실제로는 좀 더 적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다른 정책적 예산들과 비교를 한번 해보자.
오세훈이 시장 자리까지 내놓는 쇼를 하면서까지 막으려 했던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집행하는데 드는 예산이 1년 2500억원,
초-중-고 전체 무상급식의 경우 연간 6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비용이 3500억,
청계천 1년 유지 예산이 200억~500억(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2012년 국가 전체 예산이 325조 4,000억원(2011년 대비 5.3% 증가)이다.
13조라면 무려 우리나라 총 예산의 4%에 육박하는 엄청난 비용이다.
물론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이 총예산 22조(여당주장) ~ 36조(야당주장)인것을 생각하면,
'그 분'들의 스케일에선 껌값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만약 실제로 이 정도 수준의 방식과 규모로 확정판결되고 실행에 옮겨진다면..
같은 상황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국립대'를 상대로 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윗분들이 말하는 '경제살리기' 항목으로 흘러가는 돈이 아닌
'일시적 부의 재분배' 수준이 되기 때문에 (경제 부양효과야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그 분'들이 좋아할 일은 아니다.
만약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4년동안 국립대를 다닌 사람들이 10년의 공소시효안에 모두 들게 될 경우,
1인당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 정도의 돈을 환급받게 된다.
이 엄청난 규모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시기상
차기 대통령임기 초기에 확정되게 될 것을 고려해 볼 때,
어떤 판결이 나오게 될지 잊지 말고 지켜볼 일이다.
국립대학과 교육당국이 마땅히 해야할 일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건간에,
만약 판결 파기환송된다면(판결 취소 된다면) 그건 대학이 잘했다기보다
엄청난 예산의 압박으로 인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봐야하는 상황이니만큼.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지금껏 국립대가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 왔다는 사실과
또한 그 재원마련이 근거없는 부당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에 전국의 국립대학과 교육당국은
625 전후(戰後)상황의 빠른 복구를 위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납부로 시작된 '기성회비'가
어떻게 국립대의 핵심적인 재정재원으로 구축되기 시작했으며,
고질적인 학비 상승의 매커니즘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자기 비판과 제도개선을 철저하게 해야할 것이다.
또한 전국의 국립대학과 교육당국은
이번 기성회비 무효 사태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말고,
의미없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기 이전에 이번 판결에 비추어
지금까지 '을'의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봐야했던 대학생들에게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12. 1. 28.
Gyool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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