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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ol's Universe

Critique

공동체 : 빼앗긴 내 인격을 되찾는 길

Gyool 2014.03.31 14:00 조회 수 : 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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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 : 빼앗긴 내 인격을 되찾는 길 ]
 
 
 요즘 나는 이런저런 경제학이나 역사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생경맞지만)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한번 발견하고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개인주의는 '독립된 인간(자아)'이 발견된 르네상스(14~15세기)로부터 촉발되어, 시민혁명과 산업혁명(18세기)을 거치며 정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서로 상관없을 것만 같은 '개인주의·공동체'와 '자본주의·돈(화폐)'간의 깊은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자아'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휩싸였다. '내 인생의 주인은 곧 나'라는 세상의 가르침은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달콤한 것이었으리라. 사람들은 그 기쁨에 도취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빛나는 예술품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사회에 걸쳐 '분업화'가 일어나면서 '개인'의 가치가 '산업의 부품' 쯤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그렇게, 르네상스가 자랑하던 '자아의 가치'는 결국 '자기만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규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의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로 평가되기보다는, 거대한 산업구조 속에서 어떤 부품으로 기능하고 있는가(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 뿐이 아니다. 분업화가 고도화 된 사회 내에서 한 사람은 고작해야 한두가지 상품을 생산하는데 '일부' 기여하는 정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재화를 조달하기 위해 '화폐'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화폐의 등장이 분업화 만큼이나 인간의 인격상실을 급속도로 촉진시켰다는 점이다.
 처음 화폐는 '교환의 도구'로 등장하였지만, 이내 상품은 물론 '사람의 가치'까지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또한 '관계적·주관적'이던 사람들 간의 거래는 화폐를 이용한 '계량적·객관적' 거래로 치환되었고, 이를 통해 거래 속에서 '사람과 관계'는 사라지고 '화폐-상품-화폐' 간의 교환만이 남게 되었다.
 
 이런 시장경제(화폐경제)가 급속도로 확대되어 언젠가부터 명실상부 인류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로 작동하게 되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돈만 많으면 누구나 시장경제 내에서 '가치있는 인간'이 된다. 반대로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모든 돈을 다 써버린 인간은 '가치가 폭락'한다.
 쉽게 말해서 이 체계 속 '인간'은 상품거래를 위한 하나의 조연(단역)일 뿐 어떠한 가치도 갖고 있지 않다. 모든 가치는 '돈'이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사실 우리가 쓰는 돈은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런 체계 내에서 '공동체'는 어떠한 기능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공동체는 '계량화·객관화'를 방해하고 화폐의 기능을 제한하므로 시장경제에게는 걸림돌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발전의 종착점에 (가장 느슨한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국가 간의 장벽마저 무너트리는 시도(FTA 등 자유무역협정)가 있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돈을 쫓아 사는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콧방귀 뀌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인 것이다.
 
 
 요컨대, 르네상스를 통해 발견된 한 인간의 자아는 산업 분업화를 통해 '산업의 부품'이 되며 인격을 박탈당했고, 시장경제가 고도화 되고 화폐가치에 의한 인간가치의 고평가(경제력 확보)가 인간 삶의 주요한 '가치체계이자 지배원리'로 확립되면서 공동체가 해체되었다.
 바야흐로 너도 나도 '극도의 외로움'을 호소하면서도 어찌해야할지 도통 모르는 이 시대에, 우리가 외로움을 극복하는 길은 '인간성 회복' 뿐이며, 인간성을 탈환하는 유일한 길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 뿐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화폐가 공동체를 해체했던 것처럼) 공동체를 회복하는 첫걸음으로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인 '자본주의'를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 쯤에서 우리는, 2천년 전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눅 16:13)"는 예수의 말씀과 모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했던 초대교회의 모습(행 2:44-45)을 통해 '깊은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다.
 "공유", "기부", "나눔", "공동체를 위한 헌신". 그저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을 향한 '시혜의 발로'가 아니다. 내 머리를 누르고 있는 자본주의의 무게를 집어던져, 나를 자유롭게 하고- 나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그렇게 우리의 인격을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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